살아서 이미 전설이 된 스티브 잡스 애플사 창업자 및 전 최고경영자(CEO)의 빈자리가 너무 컸다. 잡스가 타계하기 하루 전날인 4일 팀 쿡 애플 CEO가 아이폰4의 후속모델인 아이폰4S를 발표했으나 제품의 혁신성과 프레젠테이션(PT)의 감동이 떨어져 잡스 없는 애플의 미래를 불안하게 보는 관측이 쏟아졌다.
잡스의 일생은 정보기술(IT)의 역사 그 자체였다. 20세 때 자신의 집 차고에서 퍼스널컴퓨터(PC)를 조립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매킨토시, 3차원(3D) 애니메이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혁신적 제품으로 정보통신 문화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며 새롭고 가치 있는 것을 창조하는 일에 전력투구한 잡스야말로 기업가정신의 표상이다. “우리는 돈 때문에 일한 게 아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일했다”는 애플사 초창기 멤버들의 말대로 잡스에게는 컴퓨터로 세상을 뒤집어놓겠다는 원대한 비전과 열정,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
그의 성취는 좌절과 실패에 굴하지 않는 창의적 발상과 끊임없는 도전의 결과였다. 대다수 인류가 컴퓨터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시대에 PC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매킨토시를 만들었다. 하지만 매킨토시는 윈도 운영체제를 갖춘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밀려났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눈뜬 그는 테이프와 CD로 음악을 듣던 시대에 음원을 내려받는 시스템을 생각해 내고 아이팟을 출시했다. 휴대전화와 검색기능을 합친 아이폰으로 세상을 ‘스마트’하게 바꿔 놓았다. PC도 노트북도 아닌 태블릿PC로 컴퓨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다.
잡스 이후의 IT 새 영웅이 누가 될지 궁금하다. 현재 IT 분야에서는 TV PC 모바일 등 각종 기기를 하나로 통합하는 개발과 연구가 한창이다. 인터넷상의 서버를 통해 데이터 저장, 콘텐츠 사용 등 IT 관련 서비스를 한번에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도 막이 오르고 있다. 이런 IT의 진화 과정에서 과거에 볼 수 없던 영역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으며 잡스 같은 천재들의 역할과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IT 분야에 뛰어난 적응력을 보여온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영웅이 배출될 수 있다. 남다른 창조력과 상상력, 혁신의지, 인문학적 소양을 함께 지닌 IT 인재들을 길러내려면 우리 사회가 어떤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놓고 깊은 성찰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