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운]“누가 언론에 흘렸나”… 입단속에만 매달리는 지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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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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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운 산업부
김상운 산업부
7일 오전 7시 반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래스호텔. 동반성장위원회 적합품목 실무위원 10여 명이 이른 아침부터 속속 모여들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계 대표,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실무위원들의 눈은 한 사람에게 쏠렸다. 실무위원들이 합의한 적합품목 규제 대상기업의 기준을 막판에 뒤집어 논란을 일으킨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이었다. 동아일보는 윤 차관이 동반성장위에 전화해 적합품목 기업 기준에 간섭한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본보 7일자 B1면 참조
감놔라… 배놔라… 지경부, 동반성장위 업무에 시…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이날 간담회는 윤 차관이 “자유롭게 현안을 논의해보자”며 며칠 전 요청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간담회가 시작되자마자 당일 동아일보 기사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그는 기사 내용을 하나하나 열거하면서 “실무위원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 언론에 샜다”며 위원들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당초 실무위원들은 윤 차관이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적합품목 발표 시기를 늦추자고 제안할 것으로 기대했다. 동반성장위가 본회의를 여는 16일 일부 적합품목을 발표할 것으로 예정돼 있지만 아직까지 품목별 조정협의체조차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시간에 쫓겨 허술한 발표를 하느니 일정을 조정해서라도 더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던 터였다. 그러나 위원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한 실무위원은 “정책 간담회라기보다는 동아일보 기사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한 자리인 듯했다”며 “이런 회의를 이른 아침부터 왜 하나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윤 차관의 처신이 동반성장위를 정부 산하기관 취급하는 관치(官治)의 전형이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지경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지난해 발표한 ‘9·29 동반성장 대책’의 후속조치로 동반성장위가 구성된 만큼 적합품목 대상기업 기준도 청와대와 정부의 뜻을 따르는 게 당연하다”며 윤 차관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한 동반성장위 실무위원은 “그렇다면 동반성장위를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아닌 별도의 민간협의체로 독립시킨 취지는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주도하려는 것은 대통령의 뜻과도 어긋난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 1월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동반성장은 정부가 법으로 모든 걸 규제하는 것은 맞지 않다. 자율적인 기업문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차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동반성장위를 ‘찍어 누르려는’ 태도를 보면 과연 이들이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김상운 산업부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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