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박근혜와 정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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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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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박근혜와 정몽준은 경기도지사인 김문수와 더불어 당내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힌다. 박근혜는 1952년생, 정몽준은 1951년생으로 한 살 차이지만 서울 장충초교 20회 동창이고 대학도 같은 70학번이다. 박근혜는 대통령의 딸, 정몽준은 재벌의 아들이다. 어찌 보면 잘 통할 것 같은 두 사람이지만 대권가도로 가는 길에서는 상대를 쓰러뜨려야 승리할 수 있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정몽준이 자서전에서 과거 박근혜와 얼굴을 붉혔던 비화들을 소개했다. 박근혜는 2002년 5월 방북해 김정일과 남북 축구팀 경기에 합의한 뒤 돌아와 정몽준이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축구협회에 이를 무리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그해 9월 경기장에서 만난 박근혜는 관중이 사전에 약속된 한반도기 대신에 태극기를 흔들고, ‘붉은 악마’가 “통일조국” 대신 “대한민국”을 외치는 데 대해 정몽준에게 화를 내며 따졌다는 것이다. 정몽준은 자신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을 때 박근혜와 겪었던 마찰 사례도 소상히 공개했다.

▷한때 두 사람은 서로 ‘정치적 구애(求愛)’를 한 적도 있다. 2002년 대선 때 정몽준은 한나라당을 떠난 박근혜를 자신이 만든 국민통합21의 대표에 앉히려 애썼다. 그러나 ‘정체성 차이’를 이유로 박근혜가 거부해 실패했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박근혜가 정몽준을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둘 사이는 급격히 소원해졌다. 주로 정몽준이 먼저 공격을 하는 편이다. 그러면 박근혜 측근들이 나서 반격을 가한다. 정몽준은 ‘박근혜 대세론’를 겨냥해 “정치인의 인기는 목욕탕 수증기와 비슷하다”고 평가절하 했다.

▷정몽준의 박근혜 때리기를 ‘노이즈 마케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를 걸고넘어져 이목을 끌고, 가장 강한 상대를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정몽준 측은 “박근혜에 대해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라 당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짚고 갈 부분은 짚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박근혜의 언행이나 대세론과 관련해 여권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 치고받다 보면 야권 즐거울 일만 생길지도 모르겠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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