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카지노 도박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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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5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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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철원군에 사는 김삼보는 한 달에 자기 집에 붙어 있는 날이 거의 없는 천하의 노름꾼이다.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접경을 넘어 다니며 골패투전으로 먹고 지내는 그는 열 살 연하의 반반한 여자를 데리고 산다. 전남편과 노름을 해 빼앗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1925년 발표된 나도향의 단편소설 ‘뽕’ 이야기다. 18세기 말 제정(帝政)러시아 시절 페테르부르크를 무대로 한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에 나오는 백작부인도 알아주는 도박중독자다. 그녀가 “인생은 도박”이라고 말했다던가.

▷도박 중독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널려 있다. 평생 땀을 흘려 모은 재산을 일거에 탕진하고 파멸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미국 유명 카지노가 있는 도시의 중고차는 전국에서 값이 가장 싸다. 자동차를 저당 잡히고 노름을 한 사람들이 내놓은 매물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등록금 수만 달러를 하룻밤에 날리고 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며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유학생들의 이야기도 흔하다.

▷감사원이 그제 내놓은 강원랜드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강원 정선군의 폐광 지역에 만든 강원랜드 카지노에 연 13회 이상 드나든 5만2317명 중 1307명은 생활이 어려워 국가로부터 생계 주거급여 등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 가운데 578명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선정된 뒤에도 최소 13회에서 최대 1277회까지 카지노를 출입했다. 3년에 6억 원을 날리고 강원랜드를 전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쯤 되면 불치병 수준이다. 잃은 돈이 100만 원 안팎이면 손쉽게 손을 털 수 있지만 액수가 커질수록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집문서와 마누라까지 팔 정도로 이성을 마비시키는 도박의 중독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파민 호르몬을 주범으로 꼽는다. 일과성 충동을 넘어 중독 수준에 이르면 대뇌보상계를 이루는 신경조직이 비대해지고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게 된다. 도박 횟수가 늘고 베팅 액수가 커지는 이유다. 허영만의 만화 ‘타짜’ 주인공은 “타짜 되기보다 열 배나 어려운 것이 노름 끊기”라고 했다. 억제력이 약한 사람은 화투놀이도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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