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 나라가 다시 일어서기까지는 앞으로 100년은 걸릴 것이다.”
6·25전쟁으로 잿더미로 변한 우리나라를 두고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한 말이다. 그러나 맥아더 장군의 예상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반세기 만에 전쟁의 상흔을 딛고 기적을 일구었고,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받은 원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원국 명단에서 우리나라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사라진 1999년까지 120억 달러를 넘는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경제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던 우리나라가 올해 11월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3일간 부산에서 OECD와 공동으로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개발원조총회를 주최한다. OECD는 한정된 개발 재원에 대한 효과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2003년 로마 1차 회의에 이어, 2005년과 2008년에는 파리와 가나 아크라에서 각각 2차, 3차 회의를 개최했다. 부산총회는 4차 회의로 10여 명의 정상급을 포함해 전 세계 160여 개국의 고위 인사, 70여 개 국제기구의 수장, 시민사회, 민간기업 대표 등 2500여 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의 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총회는 국제적으로는 물론이고 국내에도 매우 중요한 회의이다. 무엇보다 부산총회는 새로운 개발협력의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회의가 될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국제사회는 개도국의 발전을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24개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멤버들이 공적개발원조(ODA)로 지출한 돈은 1287억 달러(약 138조3000억 원)에 달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엔이 최빈개도국을 지정하기 시작한 1971년 이래 최빈국 지위에서 벗어난 국가는 고작 3개국(몰디브, 보츠와나, 카보베르데)에 불과하고, 지구촌 인구 중 12억 명이 하루에 1.25달러(약 1340원)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개발의 정체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우리의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개도국의 성장 장애요인 해소와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구축에 초점을 맞춘 G20 개발의제 채택을 주도했다. 이번 부산총회에서도 다양한 개발협력 참여자들과 협력 방식을 아우르는 포괄적 파트너십 구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부산 글로벌 개발 합의’(가칭)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포괄적인 개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서는 그간 OECD 중심의 개발 논의에 소극적 반응을 보였던 중국, 브라질 등 신흥국의 참여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개발에 대한 신흥국의 다양한 시각과 철학을 반영함으로써 한층 균형 있고 포용적인 글로벌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부산총회에 대한 신흥국의 참여와 지지를 확보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신흥국 외에도 다양한 개발협력 주체들이 부산총회에 참석할 예정인데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의회포럼, 청소년포럼, 민간포럼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21일은 부산총회 개막을 100일 앞둔 날이다. 최근 들어 동부아프리카의 기근 문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국제개발협력이 큰 시련과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최대이자 최고의 행사를 주최하게 된 것은 우리에겐 큰 도전이자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해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로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아진 평가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부산총회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우리의 성공적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국제개발협력의 새로운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게 될 부산총회가 우리 외교의 지평을 넓히고 국제적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남은 기간에 우리의 모든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