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태평양전쟁 시절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 징집됐던 노수복 할머니(90)가 그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을 찾았다. 노 씨는 21세 때인 1942년 부산 영도다리 근처에서 빨래를 하다 일본군에 끌려가 싱가포르와 태국에서 3년간 성노예의 굴욕을 당했다. 노 씨는 일본 패망 후에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이역만리에서 곤궁한 생활을 이어갔다. 노 씨처럼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된 위안부가 수만 명이다. 아직도 눈물을 다 닦아내지 못한 식민지배의 아픔이다.
일본 정치인들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말한 적이 있지만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도서관에서 관련 자료가 나온 뒤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이 위안부의 존재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했으나 국가가 책임질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995년 법적 책임이 아닌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민간 차원의 기금을 만들어 배상을 실시했다. 어떻게든 국가가 걸머지지 않으려는 미꾸라지 수법이다.
1996년 유엔이 나서 일본 정부에 공식사죄 및 책임자 처벌을 권고했고 2007년 미국 의회도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부끄러운 과거를 인정하고 이제라도 반(反)인륜 범죄를 통렬히 반성해야 옳다.
광복 66주년을 앞두고 일본의 독도 도발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간 나오토 총리는 10일 한국 국회가 독도에서 독도영토수호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키로 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간 총리는 중의원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끈기 있고 냉정하게 대국(大局)적 관점에서 (독도 문제에) 대응해 가겠다”고 부연했다. 참으로 누가 할 소리인지 모르겠다. 독도는 신라 지증왕 시절인 512년 이래 한국이 계속 독점적인 주권을 행사하고 있는 곳이다.
국회 독도특위는 기상상황 탓에 오늘로 예정된 독도에서의 회의를 연기했다. 간 총리의 발언까지 나온 마당에 회의를 취소할 수는 없지만 차분하게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는 견해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이달 말 간 총리가 퇴진 후 새롭게 출범할 내각과 한일관계 ‘리셋’ 버튼을 누를 수 있을지는 일본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