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도 해병부대에서 4일 발생한 총기사건에서 입대 3개월을 갓 지난 권혁 이병이 발휘한 군인정신 덕에 더 큰 희생을 막았다. 총소리를 듣고 잠이 깬 권 이병은 김모 상병이 자신을 조준하자 총부리를 붙잡고 생활관 밖으로 밀어냈다. 뜨거운 총열을 쥐고 옥신각신하느라 손바닥에 화상을 입고 다리에 3발의 총탄을 맞았지만 끝까지 버티며 밀어붙였다. 권 이병의 완강한 저지에 당황한 김 상병은 총기를 떨어뜨리고 도주했다.
권 이병은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동료들과 출입문을 잠그고 침대를 끌어다 막았다. 김 상병은 이때까지 12∼13발을 발사했고 훔친 실탄은 75발이었다. 권 이병의 저항이 없었다면 남아 있는 총알로 더 끔찍한 인명 피해를 낳았을 수도 있다. 권 이병은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훈련이 혹독한 해병대를 자원한 ‘팔각모 용사’의 기개를 보여줬다. 권 이병처럼 책임감과 담력, 기민성을 갖춘 군인을 전군(全軍)의 귀감(龜鑑)으로 삼아야 한다.
권 이병의 용기 있는 대처와는 딴판으로 해병부대는 나사가 풀려 있었다. 김 상병은 아침부터 술기운으로 비틀거렸다. 최전방 경계부대에 소주병이 나뒹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상병은 인성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됐고 평소 언행과 근무자세도 정상에서 벗어나 ‘관리사병’으로 분류됐으나 별다른 조치가 따르지 않았다. 지휘관들은 그가 다른 병사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심지어 김 상병은 사건 한 시간여 전 술 냄새를 풍기며 “○○○을 죽이고 싶다”며 범행을 암시했으나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술 취한 병사가 상황실에서 부사관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소총과 탄약을 훔쳐낼 만큼 총기관리도 허술했다. 총기보관함은 아래위로 자물쇠를 채우고 2명이 열쇠를 나눠 보관해야 하는데 1명이 관리하는 바람에 공백이 생겼다. 결국 방심과 방치, 무관심과 부주의가 겹쳐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셈이다.
최전방 부대의 총기관리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사고 방지를 위해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도 좋지만 적의 기습 같은 비상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동성이 중요하다. 요즘처럼 각 내무반에 총기를 두지 않고 상황실에 함께 보관할 경우 상황실이 타격을 받으면 병사들이 총 한번 못 잡아보고 궤멸될 수도 있다. 기동성에도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이번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무기관리는 군의 생명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