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은 국회 입법권 존중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검찰 경찰 수사권 조정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이 막판에 강력하게 반발한 ‘검사의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 조항을 문제 삼아 김준규 총장이 사퇴를 예고했고 검사장급인 대검찰청 부장 5명 전원이 집단으로 사의를 표명하며 국회를 압박했다. 이제 대의(代議)민주주의의 주체인 입법부가 재석의원 200명 중 17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법을 확정한 만큼 검찰은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집단 사의를 거둬들이는 것이 옳다.

검찰과 경찰은 얼마 전 청와대의 중재로 만나 수사 세부 규칙을 법무부령으로 만들기로 합의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최종안 확정 과정에서 법무부령을 대통령령으로 바꿨다. 검찰은 법무부령으로 수사 세부 규칙을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할 경우 준(準)사법기관인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무부령은 검찰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고 대통령령은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수사개시권이 경찰에 주어진 만큼 경찰도 수사 세부 규칙을 정하는 데 참여할 권리가 있다. 수사개시권에 관한 세부 규칙을 검찰이 속한 법무부나 경찰이 속한 행정안전부의 부령이 아니라 관련부서의 합의가 필요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검찰 수뇌부의 집단 사의 표명은 대통령과 국회에 압력을 넣어 조직 이익을 관철하려는 행동으로 국민 눈에 비칠 것이다. 검사들이 김 검찰총장이나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당초 안을 고수하지 못했다고 항의성 행동을 하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 임기가 한 달 반가량 남은 김 총장이 할 일도 사표를 내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갈등의 씨앗은 남아 있다.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대통령령을 만들 때 검경 사이에 다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경찰과 검찰은 조직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각자에게 부여된 수사개시권과 지휘권을 국민의 관점에서 행사하고,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와 기소로 정의를 바로세우는 방안에 관해 고민해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이익집단의 업권(業權) 투쟁이 도를 넘어 국민의 편익이나 권리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는 검찰마저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오로지 조직 이익만 관철하기 위해 행동한다면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고 국민의 신뢰로부터도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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