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성희]바람 부는 날엔 덴마크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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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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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논설위원
정성희 논설위원
덴마크는 거대한 바람개비의 나라였다. 바람을 맞으며 당당하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블레이드(날개)는 덴마크 경관의 자연스러운 일부를 이루고 있다. 덴마크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겠다는 ‘화석연료 제로’ 정책을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현재 전력의 20%를 풍력에서 얻고 있는데 2020년까지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풍력 터빈을 필두로 한 기술력과 친환경 국가 이미지로 수출시장을 주도해 환경산업이 고용과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風力으로 환경과 경제 한꺼번에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까지 덴마크를 세 번 방문했다. 한강 노들섬 오페라하우스를 추진하던 2005년 서울시장으로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를 방문했다. 두 번째는 2009년 코펜하겐 기후정상회의에 참석차, 그리고 지난달 덴마크를 국빈 방문했다. 지난달 이 대통령은 코펜하겐 근교 아마 섬에 위치한 친환경 주택단지 ‘8-Tallet’를 시찰했고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의 첫 해외지사인 코페하겐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세계 녹색시장의 선점을 위해 ‘한-덴마크 녹색성장 동맹’도 맺었다.

이 대통령이 코펜하겐에서 만났던 덴마크 기업인 가운데는 베스타스사 경영진도 있었다. 베스타스는 덴마크에서 네 번째로 큰 기업으로 풍력 분야 세계 1위 업체다. 회사를 안내해준 페테르 벤젤 크루세 부사장은 “2015년이면 풍력의 발전단가가 화석연료와 같아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신재생에너지는 아직은 머나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이 일어나고 있었다.

덴마크도 처음부터 환경선진국은 아니었다. 1973년 오일쇼크 때 에너지의 99%를 수입하던 덴마크는 직격탄을 맞았다. 기름난이 심해 휴일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었을 정도였다. 지금도 덴마크 국민은 어렸을 때 차량 운행이 중지된 도로에서 놀았던 집단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유럽을 휩쓸던 반핵운동에 영향을 받은 덴마크는 원자력을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덴마크의 풍부한 바람에 주목했다. 한국은 덴마크와 같은 양질의 바람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덴마크의 화석연료 절감 노력에서는 본받을 바가 있다.

풍력과 열병합발전, 바이오매스 등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눈을 돌리면서 덴마크 경제는 오히려 성장세로 돌아섰다. 1990∼2006년 경제는 40% 성장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은 14% 줄었다. 자동차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자 국민들은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코펜하겐에서는 시민의 37%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덴마크 국민은 다른 서구인들과 달리 바이킹의 후예답게 날렵하고 근사한 외모를 갖고 있다. 자전거는 날씬한 몸매를 가꿔주는 달리는 헬스 기구다.

성장과 복지 이분법 극복해야

녹색성장의 모델이 덴마크여야 한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젓는다. 덴마크처럼 국토 면적과 인구가 적고 사회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나라와 인구가 많고 남북이 대치하는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는 얘기다. 효율과 경쟁을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과 분배와 복지를 주된 가치로 하는 행복지수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사고는 지나치게 이분법적이다.

덴마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사한 국민행복지수가 세계 1위다. 동시에 포브스지가 121개국을 대상으로 선정한 ‘기업 하기 좋은 나라’에 2008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소국이란 이점을 활용해 거대한 장치산업보다는 ‘작지만 최고(small but top)’인 기업을 키웠고 저인플레, 저실업률, 기업인 우대의 사회여건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다. 특히 정부와 공무원에 대한 신뢰가 높은 세금에 대한 국민 저항을 없애고 있다. 깨끗한 정부여야 성장이 되었건 복지가 되었건 뭐든 이룰 수 있음을 덴마크는 보여주고 있다. ―코펜하겐에서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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