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종수]문화는 나이를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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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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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
최종수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4858만 명 가운데 11.3%에 해당하는 542만 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유엔의 기준에 따르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일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그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고령화 추세를 볼 때 2018년으로 예측되던 고령사회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고령화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 등 재정 부담과 국가 경제력의 하락이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는 국가의 재정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동안 고령화사회에 대한 여러 정책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노인정책은 복지 차원의 접근이 주였다.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복지정책이 근간이 되어야 하지만, 문화영역을 통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중요하다.

실제로 노인들의 문화 욕구는 높다. 현재 문화와 여가 향유 수준은 낮으나 은퇴 이후 여가생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노인이 83.7%에 이른다(201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지방 문화원을 통해 2005년부터 7년째 추진하고 있는 어르신을 위한 맞춤형 문화예술교육인 ‘어르신 문화프로그램’은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준다. 노인세대는 그동안 경제활동과 자녀 교육 등으로 문화예술 향유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이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 12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8.7%가 프로그램에 만족한다고 대답했다. ‘문화로 회춘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만큼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박물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거나 ‘집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려라’라는 서양의 격언처럼 한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경험과 지식, 그들의 삶은 그 지역의 정체성인 지역문화와 맥을 같이한다.

지방 문화원이 향토문화를 발굴하고 계승할 수 있었던 것도,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반듯하게 유지해 온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지역 어르신들의 구술과 기록, 삶 속에 이어온 공동체문화를 발굴 및 보존했기에 가능했다.

지난해 자체 조사 결과, 전국 시군구 자치단체에 설립된 228개 지방 문화원은 연간 8000여 개의 문화사업을 운영하면서 주민의 문화 향유 증진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지방 문화원의 연합체인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창립 50주년을 맞는다. 우리나라는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듯이 지역마다 역사적 지리적 사회경제적인 환경 등에 따라 각기 독특한 지역문화가 있다. 50주년 기념행사를 지역문화의 다양성과 우수성을 알리고 지역이 문화로 화합할 수 있는 축제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연합회에는 지방 문화원이 연구하고 조사한 각종 향토자료 1만여 권이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축적된 지역문화 자료를 열람해 내 고장의 뿌리를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켜켜이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부족한 지역문화 인력을 양성하고 시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할 교육의 장도 필요하다. 문화의 시대,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활용하고 국가 경쟁력의 콘텐츠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최종수 한국문화원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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