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성민]스포츠는 공정성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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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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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민 서울대 강사 체육시민연대 전문위원
강성민 서울대 강사 체육시민연대 전문위원
왜 우리는 역사를 배울까. 지나온 삶의 모습을 살펴보고 그것을 통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한 지표를 설정하는 것이 주요 이유일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고대 로마 사람들은 투기회를 통해 전사로서의 강인함을 단련하고 일상생활의 여흥을 즐겼다. 그러나 로마제국의 부패와 더불어 투기회의 성격은 잔인함의 극치를 달리게 되었다. 투기회에서의 도박이 만연했으며 이내 제국은 사라졌다. 그리고 1919년 ‘블랙삭스’ 스캔들이라는 승부조작 사건이 메이저리그 야구를 강타했다. 월드시리즈 경기에서 도박사와 결탁한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승부를 조작한 사건이다. 이는 20세기 초 프로스포츠와 자본이 결탁한 추악한 단면을 보여준다.

한국 스포츠계의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스포츠토토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스포츠토토는 스포츠 재정의 안정화와 스포츠를 통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이번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과도 관련 있는 것처럼 스포츠토토는 다른 복권사업과 마찬가지로 사행성 사업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로축구를 스포츠토토 대상 경기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한 가지 방편이 될 수는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필요한 재원 확보에 대한 대안은 없어 보이며 근원적 해결 방법은 아닌 듯하다.

스포츠는 경쟁을 기초로 해 신체적 탁월성을 겨루는 사회적 활동이다. 그 전제 조건이 공정성이다. 공정하지 않은 경기는 뭔가 불순한 의미가 가미돼 스포츠의 순수성, 즉 스포츠의 본성이 퇴색된다. 실제 완전한 평등을 내세우는 사람에게 공정함은 의미 없는 것일 수 있지만 공정은 스포츠의 기본 덕목이다. 스포츠에서 공정성을 배제한다는 것은 스포츠 참가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스포츠를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번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은 선수로서 도덕적 책임감 부재와 현대 프로스포츠의 극단적 상업화 현상에 기인해 공정성의 원리를 무너뜨린 사건으로 단정할 수 있다.

철학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가 밝히고 있듯 스포츠와 같은 실천 활동을 할 때는 내재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돈이나 명예 같은 외재적 가치를 추구하면 그 의미를 퇴색시키게 된다. 그리고 책임과 공정 같은 덕목을 함양할 때 내재적 가치 추구를 도울 수 있다. 승부조작이 일어난 것은 스포츠 참가를 위해 요구되는 덕에 대한 부재의 소치라고 할 수 있다. 덕에 대한 개념 상실은 내재적 가치에 대한 추구보다 돈과 관련된 외재적 가치의 추구를 조장하고 종국에는 스포츠라는 실천 활동의 본래적 가치를 희미하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부정 방지를 위한 정기적 교육 실시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인간의 행위는 습관의 소산이기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로뿐만 아니라 모든 축구선수를 대상으로 확대해 대한축구협회 차원에서 부정 방지와 폭력 근절 등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축구계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 또한 기본적 덕목이 살아 숨쉬는 활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스스로 실천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즉, 롤 모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과 모습이 한국 스포츠계 전반으로 확대돼야 한다.

일부의 부정으로 스포츠계를 모두 매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스포츠계 전체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만 스포츠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으로 인정받고 그 활동에 참여하는 운동선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수 있다. 나아가 인류의 가치 있는 실천 활동으로서 스포츠가 영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강성민 서울대 강사 체육시민연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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