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해]파행으로 얼룩진 미주한인회총연합회 회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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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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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5월 28일 미국 시카고의 서북쪽 교외에 위치한 노스브룩힐턴호텔.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련) 신임 회장 선거가 열린 이곳에 난데없이 이 지역 경찰이 두 번이나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250만 명의 한인 동포를 대표하는 일꾼을 뽑는 행사에서 부재자투표를 둘러싸고 부정투표 시비가 일면서 선거에서 패한 후보가 상대 후보를 경찰에 고소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신임 회장 선거는 끝내 파행으로 얼룩지면서 막을 내렸다.

이날 선거에선 애리조나 주 한인회장을 거쳐 한인회 서남부연합회장을 지낸 김재권 총련 이사장(64)과 조지아 주 오거스타 한인회장을 지내고 한인회 동남부연합회장을 역임한 유진철 총련 부회장(57)이 신임 회장 자리를 놓고 맞붙었다.

현장에서의 직접투표와 부재자 우편투표를 합산한 결과 김 후보가 516표, 유 후보가 411표를 얻었다. 유 후보는 현장투표에서 83표를 얻어 김 후보(51표)를 앞섰지만 정작 우편투표에서는 김 후보에게 137표나 뒤졌다.

한원섭 총련 선거관리위원장이 김 후보의 당선을 발표하고 당선증을 전달한 직후 사단이 발생했다. 유 후보 쪽에서 부재자투표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항의가 이어졌고, 행사장 안팎에선 극심한 소란이 일었다. 부재자가 아닌 사람들로부터도 우편투표가 들어왔고, 유권자가 8명뿐인 지역에 투표용지가 33장 발송되는 등 우편투표 발송지와 유권자 정보가 일치하지 않았다는 게 유 후보 측의 주장이었다.

소란이 이어지자 호텔 측이 경찰을 불렀고, 급기야 유 후보 쪽에서 당선무효를 주장하면서 경찰이 사건을 접수하기 위해 다시 출동하는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다. 결국 미주총련 회장 선거에 공권력이 개입하게 됐다. 최종 결론은 앞으로 미국 연방경찰이 내리게 된다.

미주총련은 미국에 거주하는 250만 한인 동포를 대표하는 단체로 미국 내 168개 한인회의 전현직 회장 2300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번 선거는 내년부터 실시되는 재외국민 참정권 투표를 앞두고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미주총련 선거가 미국 경찰의 손에 넘어가면서 양 후보는 모두 변호사를 사서 법정다툼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계 의원을 미 연방의회에 한 사람이라도 더 진출시켜 한인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어느 때보다도 높여야 할 시점에 이런 대립과 반목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현장에 참석한 한 전직 한인회장의 탄식은 많은 교민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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