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꼬여가는 국방개혁… 이러다 개악될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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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근본 취지는 사라지고 개악(改惡)이 돼버렸다. 그렇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항명이라고 할까 봐 제대로 얘기도 못하겠고….”

최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주재한 군무회의를 통과한 국방개혁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한 군 고위 소식통은 26일 기자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실제로 개정안에서 3군 합동성 강화와 상부지휘구조 단순화라는 ‘국방개혁 307계획’의 핵심 목표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군마다 참모차장이 1명씩 더 늘어나면서 옥상옥(屋上屋)의 지휘구조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과연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잘 싸우는 군대’가 될 수 있을지 많은 군 관계자가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합참의장이 작전과 관련해 각 군 참모총장을 징계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놓고도 군 당국은 “앞으로 그런 일이 있겠느냐”고 설명하지만 각 군 본부에선 “이래서야 참모총장이 제대로 일하겠느냐”며 술렁거리고 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를 관장하는 해병대사령관이 작전지휘는 합참에서, 작전 이외 지원은 해군에서 받도록 한 것도 큰 혼선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관계자는 “해병대사령관의 지휘와 권한은 그대로인 채 서북도서 방어라는 임무만 더 늘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군무회의에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과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은 ‘제반 여건’을 갖추고 ‘검증 작업’을 거쳐 개혁과제를 추진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정안은 그대로 통과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는 2015년까지 대비태세를 유지하면서 개혁을 추진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방개혁 개정안 통과 이후 군 내부의 갈등과 논란은 더 가열되는 형국이다.

왜 이런 상황이 빚어졌을까. 군 안팎에선 청와대와 국방부가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많다. 예비역과 일부 현역은 초기부터 충분한 여론수렴을 거쳐 신중히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는 사실상 귀를 막았다. 청와대 일부 참모는 “개혁 반대는 항명”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일절 다른 얘기가 나오지 못하도록 봉쇄했다.

국방개혁이 갈수록 꼬여가는 주된 원인은 현 정부 임기 내에 개혁의 ‘열매’를 따겠다는 의욕이 앞서 현실적 여건을 철저히 따져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군을 제대로 모르는 몇몇 인사가 무작정 밀어붙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금이라도 “군 통수권자에게 국방개혁의 현실과 방향을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는 군 안팎의 조언에 청와대와 국방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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