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대원으로 이라크에 파병돼 근무하다 2007년 10월 중사로 전역한 29세 여성 이지혜 씨가 오늘 해병대에 재입대한다. 그는 3년 복무기간을 채운 뒤 장기복무를 신청해 직업군인이 될 생각이라고 한다. 의무복무를 마친 다음 대학에 복학해 졸업한 후 군 하사관을 지원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학과에도 그런 희망을 피력한 학생이 여럿 있다. 군이 젊은이들에게 매력적인 직장 중 하나로 등장하고 있음을 뜻한다.
‘민족’서 ‘국가’로 軍복무규율 수정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의무 중 하나로 국방 의무를 적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든지 병역 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통해 국민개병주의(國民皆兵主義)를 채택하고 있다. 국방 의무의 주체는 국민이고 외국인은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과 같이 외국인 영주권자에게 군 복무 기회를 주는 나라도 있지만, 대부분 국가는 자국 국민에게만 군 복무 기회를 부여한다. 한마디로 직업군인이 ‘좋은 직업’이 된 상황에서 국방은 교육, 근로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인 항목으로 자리 잡았다.
귀화 한국인과 북한 이탈주민 수가 급증하고, 또 그들의 자녀들이 늘어나면서 대한민국 군도 다문화장병정책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과거 ‘외관상 식별이 명백한 혼혈인’(구 병역법 시행령 제136조)에 대해 인종, 피부색 등으로 인하여 병역을 수행하는 데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인정(구 병역법 제65조)하여 제2국민역으로 편입하였으나, 작년 1월 25일 그 조항을 삭제하였다. ‘병역의무 및 지원은 인종, 피부색 등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병역법(제3조 제3항)의 기본 원칙을 확실히 하여 다문화시대에 걸맞게 모든 대한민국 남성이 징병검사를 받도록 했다.
국방부는 외국인 귀화자와 북한 이탈주민 가족 출신 장병, 국외 영주권자 입영 장병, 결혼이민자 등을 아울러 다문화장병으로 개념화하고, 그들이 혹시 겪을 수 있는 고충과 차별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정책을 개발하였다. 2010년 장병 다문화교육 교재 ‘다문화시대의 선진 강군’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고, 다문화가족 출신 입영 예정자들끼리 동반 입대해 복무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또 국방부는 ‘군인사법’ 제47조의 2에 따른 대통령령 ‘군인복무규율’ 제5조(입영 및 임관선서)를 손질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군인(장교)으로서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라는 표현을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충성을 다하고…”로 바꾼다는 것이다. 그것은 ‘국민의 군대’(군인복무규율 제4조)로 국군을 규정한 이념과 일치할 뿐 아니라 다문화장병들이 순수혈통 민족 개념 때문에 겪을 수 있는 혼란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라 본다.
차별없는 병영생활 조성의 출발점
‘민족’은 서구어 ‘nation’의 번역어로서 19세기 말부터 아시아 사회에서 사용된 용어로,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와 함께 한국사회에 널리 퍼진 개념이다. 3·1운동의 기초가 된 민족주의가 기초로 하는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nation’은 용례에 따라 ‘국민’ 또는 ‘민족’으로 번역할 수 있다. 당시 국권을 상실한 상태였기에 ‘nation’은 ‘국민’이 아니라 ‘민족’으로 번역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대한민국의 군인(장교)이 충성을 바칠 대상은 외국 국적 동포를 포함하는 문화공동체로서의 ‘민족’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한민국과 대한국민의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다문화시대의 선진 강군’을 만들어 나가려는 국방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천안함 폭침사건 등으로 저하된 군인의 사기를 고취하고, 국민의 신뢰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본다. 제도 개선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다문화장병들이 병영생활에서 일체의 차별 없이 국방의 의무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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