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무하]농업계획 장기적 시나리오 만들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이무하 한국식품연구원 원장
이무하 한국식품연구원 원장
이웃나라 일본 열도가 최근 발생한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에 이어 원전 피해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의 지진과 원전 사태에 대한 대처와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중의 하나가 한 나라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분야별 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비상 재난대책 매뉴얼을 유지하며 차근차근 그것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을 제외하고 농업 인구와 식량 생산량 감소가 농업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최우선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와 도시화가 심한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분석에 의하면 식생활의 유사성에서 미국을 1로 볼 때 우리나라는 0.65를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우리의 식생활이 점점 서구 사람들과 비슷해진다는 것을 뜻하고, 이는 식량위기가 발생했을 때 서구 사람들과 우리가 같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해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욱이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국내 육류 소비량은 꾸준히 늘어가고 있고 이러한 축산물 소비 증가는 곡물의 자급도를 악화시키고 있다.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주변 상황의 변화를 고려하여 농업 분야의 장기적 발전 전략과 비상시 대책을 세워 추진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해당 부처가 현안 속에 파묻혀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해야 할 형편이다. 농식품 분야의 발전 전략은 국가 식품시스템이라는 큰 틀 안에서 수립되어야 하며 단편적이고 국지적인 대안으로 일관하는 것은 결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레베카 코스타는 ‘지금, 경계선에서’라는 저서에서 과거 위대한 문명들의 몰락이 국가가 당면한 문제를 복잡성으로 인해 해결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고 주장하면서, 현대사회가 당면해 있는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단편적이 아닌 시스템 전체를 한꺼번에 개선하려는 병행적 점진주의를 제안하고 있다.

식품의 역사에서 보면 농업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두 가지 요인으로 기후와 정치가 거론되고 있다. 지구의 기후 변화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우리 인간의 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그중에서 기상 이변에 의한 식량 생산량의 감소는 식량 수입국들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식량 안보는 과거와는 달리 단순한 공급 식량의 절대량 부족에 기인하지 않고 다양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장기 전략 없이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단편적인 현안을 해결하는 데 매달리다 보면 정작 식량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린 속수무책이 될 것이다. 그러면 국민들만 고통 속에서 지내도록 만들게 된다는 의미다.

우리는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이나 구제역 같은 대유행 가축 질병이 창궐했을 때, 혹은 세계적인 식량 위기로 사료 곡물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를 대비한 국가적 차원의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다국적 기업 셸사는 이 방법을 사용하여 다른 기업들과는 달리 1970년대 초 제1차 세계 오일 쇼크를 극복하였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이젠 우리도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을 가정하여 농업에 필요한 후속 세대를 어떻게 양성 및 유지하고 식량 안보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어떤 식품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준비해 실행에 옮겨야 할 때이다.

이무하 한국식품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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