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민병선]김의석 새 영진위원장의 ‘무거운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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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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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문화부
민병선 문화부
‘결혼이야기’ ‘청풍명월’을 연출한 감독인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직무 대행이 새 위원장으로 선임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를 시작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지난달 중순 후보가 5명으로 추려지고도 한 달 넘게 선임 절차를 끌어온 것을 보면 문화부가 얼마나 고심했는지 알 수 있다. 영화계에서도 한국 영화 발전의 중심 기관인 영진위 수장의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신임 김 위원장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영화계의 좌우 갈등 해소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전임 강한섭, 조희문 위원장의 불명예 퇴진 과정을 거치며 영화계는 좌와 우로 나뉘어 대립했다. 강 전 위원장은 좌파 성향의 노조와 마찰을 빚다가 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영진위가 최하위 성적을 받은 뒤 사퇴했다. 조 전 위원장이 지난해 국정감사 때 4개월 전 임시국회에 제출했던 자료를 다시 제출했다가 망신을 당하는 과정에도 노조와의 갈등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번 신임 위원장의 인선을 둘러싸고도 시끄러웠다. 좌파 성향의 영화인회의는 A 후보를, 우파 성향의 영화인협회는 B 후보를 밀었다는 식의 소문이 파다했다.

영진위가 좌우로 나뉘어 갈팡질팡하는 사이 한국 영화는 불황의 시기를 거쳤다. 지난해 한국 영화 전체 매출액은 5040억여 원으로 전년보다 4.1% 줄었다. 관객점유율도 46.5%로 2%포인트 이상 떨어지며 외국 영화에 밀렸다. 불황은 특히 영화 제작비 감소로 이어졌다. 2004년 편당 41억6000만 원이던 평균 제작비는 지난해 21억6000만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김 신임 위원장은 2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갈라진 영화계의 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글로벌화를 통해 한국 영화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김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인물이라 영화계의 화합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형준 전 영화제작가협회장은 “영진위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한국 영화를 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화 티켓 값에는 3%의 영화진흥기금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이렇게 모인 300억 원이 넘는 기금을 영진위는 영화 제작 지원 등 사업비로 썼다. 문화부 지원까지 합치면 사업비는 456억 원이 넘는다. 국민의 세금을 받은 만큼 공정하고 합리적인 사업비 집행으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좌우 갈등을 깨고 화합을 이루는 일은 이를 위해 필수적인 전제다.

민병선 문화부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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