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아랍 민주화를 응원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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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최근 아랍 세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건들이다. 이 문제들에 대한 목소리는 명확하다.

“미국은 지금 활화산 아래에 위치한 집과 같다. 집을 옮겨라. 집을 옮기라는 건 석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는 의미다.”

누구도 나보다 더 아랍지역에서의 민주화 움직임이 성공적일 것이라 예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이 잘 풀려 나가더라도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행동은 갤런당 1달러의 유류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프린스턴대의 경제학자 앨런 블라인더는 오늘날 더 높은 유류세 부과가 투자와 소비를 촉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도 더욱 안전해진다. 또 우리가 더는 석유 이권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며, 중동의 민주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물론 이는 더 높은 석유 가격을 의미하겠지만 말이다.

드디어 때가 됐다. 지난 50년간 미국(그리고 유럽과 아시아도)은 중동을 거대한 주유소처럼 대해 왔다. 사우디 주유소, 이란 주유소, 쿠웨이트 주유소, 바레인 주유소, 이집트 주유소, 리비아 주유소, 이라크 주유소, 아랍에미리트 주유소 등등. 지역을 향한 우리의 메시지는 일관됐다. “자, 여기 제안이 있어. 석유를 계속 퍼 올리고, 유가는 낮은 상태로 유지해. 이스라엘은 너무 괴롭히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우리 신경을 거스르지 않는 수준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해봐. 인권 따위는 무시해도 좋아. 부정부패도 눈감아 주지. 모스크에서 원하는 대로 설교해. 신문기사에 맘껏 음모론을 펼쳐내도 좋아. 원한다면 여성들을 문맹으로 내버려둬도 좋아. 복지국가를 만들건, 국민들을 교육시키지 않건 상관하지 않겠어. 단지 석유를 계속 생산하고, 유가는 낮게 유지해. 그리고 유대인들은 너무 들볶지 말아줘.”

이것이 바로 지난 50년간 아랍 세계가 똑같은 독재자와 왕들에게 지배받으며, 세계로부터 단절되게 된 이유다. 역사는 돌고 돈다. 오르는 식료품 가격, 높은 실업률, 포화상태에 이른 사회안전망은 아랍의 젊은 계층을 두려움에 맞서 그들의 지도자에게서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즐거운 여행만은 아니다. 아랍 지식인들에 의해 작성된 유엔의 2002년 인권개발보고서에 의하면 아랍 세계는 크게 세 가지의 부족을 겪고 있다. 교육의 부족, 자유의 부족, 그리고 여성 권한의 부족이다. 2002년 가을에 나온 중동지역의 분기 보고서 요약을 보면 전 아랍 세계의 총 국내생산량은 스페인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1인당 교육지출은 1980년대 선진국들의 20% 수준에서 1990년 중반 10%로 떨어졌다. 1인당 과학논문 발표량도 선진국의 2%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또 아랍 세계는 매년 330권의 책을 번역하는데, 이는 그리스의 5분의 1 수준이다. 프리덤 하우스에 의하면 아랍 세계는 1990년대 말 7개 지역 중 가장 낮은 자유화 정도를 나타냈다. 21세기 초 아랍 세계에는 6억 명의 성인 문맹 인구가 있으며 이들 중 대다수는 여성이다. 예멘은 10년 이내 물이 사라질 첫 번째 국가다. 이것이 바로 모든 독재자들이 허풍을 떨던 ‘안정성’이다.

이집트와 다른 지역에서의 민주화 움직임은 그들뿐 아니라 세계에도 매우 유익한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와줘야 한다. 아무도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울지 알지 못하지만 우리는 해 봐야만 한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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