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과이익 공유’ 강요, 경제 근간 흔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5일 03시 00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이익을 나누는 이익공유제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반성장위는 지난해 12월 민간기구로 출범했지만 사실상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초과이익 공유 방안은 대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지만 동반성장위가 실적을 점수화할 예정이어서 대기업으로서는 정부가 강제하는 정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 위원장이 거론한 이익공유제는 “일부 대기업의 호황에도 중소 납품업체는 소외돼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대기업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반(反)대기업 정서가 커진 2004년에 이익공유제를 기업에 권장했다. 실제로 납품업체의 협력으로 생산원가를 낮춰 얻은 이익의 일부를 협력사에 돌려주거나 성공적인 제안을 한 협력업체에 성과를 나눠주는 기업도 있다.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합심해 부가가치를 키워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경우는 권장할 일이다. 그런데 정부가 개입해 점수를 매기려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동반성장 정책이 대기업의 목을 조이는 방식이 되면 투자가 위축되거나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 국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말 것”이라고 우려한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전시회에는 중동과 동남아 바이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에 반해 한국 부품업체들이 지난해 11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한 ‘코아쇼’는 한산했다. 한국 업체의 부품 가격이 중국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국내 납품업체를 챙겨야 하는 부담이 커지면 납품기업을 해외에서 찾을 것이다. 대기업이 부품산업에 직접 진출하려는 충동이 생길 수도 있다.

동반성장위가 동반성장 실적을 평가할 대상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56개 대기업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이들 대부분이 글로벌 기업으로 한국식 동반성장 지수가 낮다고 해외에 알려질 경우 글로벌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의 자금 지원으로 운영되는 동반성장위가 정부의 엄호 속에 대기업 감시기구로 활동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동반성장위는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지속가능 경영 흐름에 뒤지지 않도록 세계의 우수사례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에 따라 컨설팅을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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