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인권법 내팽개친 대한민국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북한인권법안이 국회에서 1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이 법안은 대북(對北)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 확대와 북한 인권대사 신설, 북한인권재단 및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지난해 2월 11일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이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이를 넘겨받은 법제사법위원회는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다. 법사위 위원장은 이 법안에 반대하는 민주당 소속이다. 탈북자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연일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국회는 움직일 기미조차 없다. 여야가 합의한 2월 임시국회 의제에 이 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 주민의 인권과 탈북자 보호 등을 목표로 2004년 10월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매년 2400만 달러(약 260억 원) 한도에서 탈북자와 민간 대북활동단체 등에 자금을 지원하고 북한인권담당특사도 임명한다. 당초 2008년까지 유효한 법이었으나 상원 하원의 결의로 2012년까지 시효를 연장했다. 일본은 자국민 납치 문제 해결과 북한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2006년 6월 북한인권법을 만들었다.

정작 우리나라에서 북한인권법이 아직 불임 상태에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도 엄연히 우리 국토의 범위 안에 들어 있음을 국내외에 선언한 것이다. 헌정(憲政)의 보루인 국회가 대북 인권활동 지원을 외면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외면하는 직무유기다. 민주당이 북한 정권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법안 통과를 막고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북한 주민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독재 체제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은 오래전에 사라지고 말았다. 가장 악질적인 인권탄압은 무엇보다 북한 주민의 굶주림과 아사(餓死)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일 정권은 제 국민 하나 먹이지 못하는 주제에 ‘강성대국’ 운운하며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2400만 북한 주민이 스스로 인권 탄압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김정일 정권의 인권탄압 사례를 낱낱이 조사해 기록하는 것은 같은 민족으로서 우리의 의무다. 국회는 더는 북한인권법안을 내팽개치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통과시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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