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탈북-귀순자 관리시스템 국정원 독점 괜찮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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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귀순하거나 탈북한 북한 주민을 처음 발견해 초기 대응조치를 잘해놓고도 걸핏하면 보안조사나 받아야 하는지…. 언제까지 이런 애꿎은 일을 당해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17일 군 소식통이 기자에게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사연은 이렇다. 북한 주민 1명이 15일 강원도 철원 지역의 비무장지대(DMZ)를 거쳐 귀순한 사실이 동아일보와 한국일보에 보도됐다. 그러자 국가정보원은 해당 군부대 등을 상대로 강도 높은 보안조사에 착수했다. 국정원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북한 주민의 귀순 사실이 공개된 것은 군 내부에서 누군가가 언론에 유출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허술한 군 당국의 보안실태를 조사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등 군은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군 관계자들은 “궂은일은 군이 도맡아 하는데, 국정원은 그저 꼬투리만 잡아내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북한 주민의 귀순이나 남하 사건이 발생할 때 초동 조치를 하는 군이 국정원의 추궁을 받는 상황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3월에도 북한군 초급간부(하전사)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한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에도 국정원은 군 보안기관을 통해 일선 부대와 상급 부대 관계자 등을 상대로 고강도 보안조사를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은 정부의 위기관리조치 매뉴얼에 따라 국정원이 귀순 및 탈북자의 조사와 관리, 외부 공개 등 모든 사항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이 매뉴얼에 따라 북한 주민의 귀순이나 남하 사건이 발생하면 군은 초동조치를 해야 하는데도 국정원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군 당국은 “우린 얘기할 수 없다”고만 말했다.

군 소식통은 “앞으로 북한 사정이 악화될 경우 귀순 및 탈북자가 더 늘어날 텐데 국정원이 모든 것을 틀어쥐고 군에는 무조건 입을 다물라고 하는 지금 같은 방식으론 효과적인 대처가 곤란하다”고 했다. 군 관계자들은 귀순 및 탈북자의 신병 확보와 사실 공개는 군이 책임지고, 후속 조사와 탈북자 관리 등은 국정원이 맡는 방향으로 매뉴얼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합참 수뇌부도 최근 이런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매뉴얼 수정을 위해 국정원과의 협의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군과 국정원이 이번 일을 계기로 귀순 및 탈북자 대책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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