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새샘]인터넷 ‘인격살인’ 늘어만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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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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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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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연극배우 최모 씨는 자신이 속옷만 입고 있는 사진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기사와 함께 게재된 것을 발견했다. 이미 최 씨가 노출 연기에 부담을 느끼고 이 공연에서 하차한 뒤였다. 최 씨를 대신해 무대에 오를 여배우를 소개하는 기사에 최 씨의 노출 사진을 게재한 것이다. 사진은 이미 각종 게시판과 홈페이지 등에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상태였다. 최 씨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기사 제공 언론사와 포털 등 약 50개 매체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포털은 해당 기사를 모두 삭제했다.

15일 언론중재위 발표에 따르면 이처럼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기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지난해 1년간 포털 사이트에 대해 조정을 신청한 사례는 803건. 2009년보다 667건 증가했다. 전체 조정청구 건수는 전년 대비 632건 증가한 2205건이었다. 전체 증가분을 포털 사이트가 채운 셈이다. 매체 유형별로 봤을 때도 전체 건수 중 포털과 같은 인터넷 뉴스 서비스로 인한 청구가 841건(38.1%), 인터넷 신문 567건(25.7%)으로 인터넷 매체로 인한 피해가 전체의 63.8%를 차지했다.

포털 사이트에 대한 조정 청구가 가능해진 것은 2009년 8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이 개정된 이후부터다. 개정된 언론중재법 제9조 1항은 언론중재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을 ‘언론, 인터넷 뉴스서비스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의 보도 또는 매개’로 규정하고 있다. 기사를 실어 나르기만 하는 포털 역시 언론의 역할을 한다고 보고 포털에 게재된 기사가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경우 포털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 매체는 기사가 검색에 최대한 빨리 노출되도록 해서 트래픽을 끌어오는 검색추출 경쟁을 펼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확인 없이 기사를 받아쓰거나 자극적인 제목과 기사가 쏟아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포털은 이 같은 기사를 더욱 많은 사람이 보도록 매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익명으로 오보가 난 경우에도 댓글을 통해 신상정보가 노출돼 더 큰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터넷에 한 번 오른 기사는 빛의 속도로 복제돼 퍼져나간다. 잘못된 기사를 수정하거나 지울 수 있다 하더라도 이미 쏟아진 기사를 주워 담아 완전한 피해구제를 기대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철저한 사실 확인이나 개인의 권리에 대한 배려 없이 ‘트래픽 끌어오기’와 ‘조회수 경쟁’에 치중하는 인터넷 신문과 포털에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이유다.

이새샘 문화부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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