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평양 시민 50만 쫓아내고 버티는 김정일 체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6일 03시 00분


김정일 정권을 지탱하는 핵심 두 집단은 평양시민 300만 명과 군대 120만 명이다. 북한 인구 2400만 명 중 최근까지 식량 배급을 받는 사람은 이들 420여만 명에 불과했다. 평양에는 당성(黨性)이 확실한 사람들만 거주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각종 특혜를 누린다. 평양시민과 군인을 제외한 나머지 2000만 명은 ‘장마당(시장)’ 거래를 통해 각자도생(各自圖生)할 도리밖에 없다.

북한이 기존 평양시에 속한 행정구역 중 남쪽의 군(郡) 단위 4개 지역을 황해북도로 편입시켜 평양을 반토막내고 인구도 50만 명을 줄였다는 소식이다. 북한은 평양 인구가 늘어나면 주민을 정기적으로 심사해 다른 지역으로 내보내지만 시 면적을 줄인 것은 처음이다. 극심한 식량난에다 정권 안보를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 북한은 연간 500만 t의 식량이 필요하다. 2008년부터는 남한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이 중단되면서 매년 100만 t이 부족하게 됐다. 체제 유지가 그만큼 절박해진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출생 100주년인 2012년을 ‘강성대국 완성의 해’로 선언했다. 강성대국이 완성되면 전 인민이 기와집에서 살며 쌀밥과 고깃국을 먹게 된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2009년 말 화폐개혁 실패와 지난해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국제사회의 외면으로 식량난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작년만 해도 군량미를 일부 풀어 식량난을 겨우 넘겼지만 올해는 이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1990년대 중반 100만 명 이상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 때도 식량배급이 올해처럼 처참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진짜 나이로 오늘 70세 생일을 맞는 김정일의 고민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북한 주민의 고통과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는 식량난은 급변사태 가능성을 한층 높여 주는 요인이다. 몸이 불편한 김정일의 사망과 김정은 후계체제 실패로 인한 급변사태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곧 남북통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에게 현재의 남북분단 상황보다 훨씬 큰 재앙을 안길 수도 있다.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한미 양국이 실시하는 키리졸브 및 독수리연습에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훈련이 가미된 것은 시의적절하다. 정부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실제 상황처럼 치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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