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영제]국제유가만큼 중요한 곡물가격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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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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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제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하영제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세계적인 기상 이변으로 인해 곡물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국제 곡물가격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년에는 러시아가 자국 수급량을 확보하기 위해 밀 수출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국제 밀 가격이 직전 연도에 비해 32%나 급등했다. 밀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곡물들의 가격도 36∼57% 올랐다.

문제는 이러한 국제 곡물가격 상승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미국 농무부가 국제 곡물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을 예상하고 있어,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경제적인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중국과 인도 등 인구가 많은 국가들의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곡물 수요가 점점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과 브라질 등 농업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은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식량안보’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7%에 불과해 식량안보 측면에서 취약점을 안고 있다. 쌀과 밀, 콩, 옥수수, 보리 등 곡물이 국내에서 연간 2000만 t가량 소비되는데, 이 가운데 600만 t 정도만 국내에서 생산되고 나머지 1400만 t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대 곡물 수입국으로 수입은 미국과 브라질, 호주 등 소수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입곡물의 70%를 다국적 메이저가 공급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곡물산업이 대표적인 장치산업의 하나여서 다국적 메이저가 파종과 집하, 운송 등에서 대규모 시설을 보유하고 전 세계의 곡물 생산과 수급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작년 12월 미국 현지를 둘러보고 이런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주요 곡물 수입국인 중국의 경우 연간 곡물 수요량의 30%를 비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국제 곡물가격 급등 시 비축물량을 방출해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의 국제곡물기업을 육성하여 전체 유통량의 70%를 수입함으로써 비축에 상응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범국가적 기구를 만들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은 시의 적절한 조치라고 하겠다.

이런 대책으로서 농수산물유통공사는 장기 안정적 국가 곡물조달시스템 구축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곡물사업 노하우를 갖춘 민간기업과 지난해 12월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올해 미국에 민관 합작 투자법인을 설립해 콩 5만 t과 옥수수 5만 t을 우선 조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작년 9월 곡물시장의 중심지인 미국 시카고에 직원을 파견하여 현지 곡물 메이저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의 조기 정착을 시도하고 있다. 또 브라질과 연해주, 우크라이나, 동남아 등에 진출함으로써 수입국 다변화로 식량안보 체계를 강화하여 2020년 전체 곡물 수입 물량의 30%인 400만 t을 국가 곡물조달시스템으로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 달성의 열쇠는 정부와 기업의 유기적인 역할 분담에 있다.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민간업체는 그동안의 사업 노하우를 활용하여 곡물 매집과 국내로의 도입 등에서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장기 안정적인 곡물 도입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이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는 우리나라 식량안보를 좌우할 수 있는 국가적인 핵심 사업이다. 기상 악화 등 비상시에도 국민들이 국제 곡물가격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도록 민관이 합심하여 사업에 매진해야 한다.

하영제 농수산물유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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