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새샘]이제 시청자도 막말에 안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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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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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문화부 기자
이새샘 문화부 기자
“이런 애들은 노래방에 가면 2만5000원 주면 밤새워 놀 수 있어요.”

“명품 볼 줄 모르는 여자는 게임보다 값어치가 없다고 생각해. 넌 짝퉁이야.”

늦은 밤 유흥가에서 취객들이 주고받는 대사가 아니다. 아이 어른 누구나 볼 수 있는 시간대에 방송사가 내보낸 막말들이다.

케이블 채널 엠넷의 짝짓기 프로그램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지난해 12월 20일과 27일 이처럼 저속한 표현을 내보냈다가 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000만 원을 부과 받았다. 2009년 7월 방송법에 5000만 원까지 매길 수 있는 과징금제도가 생긴 이후 첫 제재 사례다. 엠넷은 청소년들이 즐겨 보는 음악 채널인 데다 이 프로는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이다. 이전에도 막말 방송으로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받았는데 이번엔 청소년들도 볼 수 있는 시간대인 오후 2시에 비슷한 내용을 내보냈다가 또 중징계를 받은 것이다.

지상파라고 나은 것도 아니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뜨거운 형제들’은 출연자들의 막말 발언으로 이번에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진행자들은 나이 지긋한 남자 출연자에게 “어머님(부인)을 밤에 심하게 괴롭히신다면서요?”라고 민망한 질문을 던지고, 여자 어린이에겐 “넌 남자를 갖고 놀 수 있는 그런 카리스마를 가져야 돼”라는 한심한 충고도 주저하지 않았다.

출연자들끼리 독설을 퍼붓는 막말 방송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녹화방송에서 이른바 ‘센 발언’이 나오면 방송사는 이를 홍보 자료로 뿌린다. 조회수를 높여 주는 자극적 기사에 목마른 인터넷 매체들은 이 자료를 그대로 기사로 쏟아내고, 연예인들은 주목받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발언들을 내뱉는다.

시청자들은 막말 방송에 역겨움을 호소한다. 엠넷의 ‘그는…’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듣기 민망할 정도로 저급하다’ ‘방송이 장난인가? 나쁜 남자들이 아니라 개념 없는 남자들 같다’ 등 저속한 표현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MBC ‘뜨거운 형제들’ 게시판에서 한 시청자는 ‘나쁜 웃음 쓴웃음 비웃음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기 쉽고 그 웃음 또한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꼭 알아주길 바란다’고 질책했다.

비판과 제재 조치에도 흔들림 없이 막말 방송을 내보내 온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첫 과징금 부과’라는 조치에 ‘나쁜 웃음’을 포기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새샘 문화부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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