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황준성]고교평준화 확대의 새로운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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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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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교육과학기술부와 일부 교육청 간 평준화지역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평준화지역 결정권이 누구의 권한이고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지정 확대를 거부한 장관의 행위가 정당한가의 여부이고, 둘째는 최근 교과부가 제안한 평준화지역을 시도 조례로 정하자는 방안의 수용 가능성이다.

교과부 “시도 조례로 정하자” 제안

지금까지의 논의는 주로 첫 번째 쟁점에 집중돼 왔다. 이 문제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본다면 어렵지 않게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먼저 평준화지역 결정권은 실정법상 교과부 장관의 권한에 해당한다고 봄이 마땅하다. 초중등교육법 제47조 및 동법 시행령 제77조는 평준화지역 결정을 교육과학기술부령으로 정하게 하고 있으며, 헌법 제95조에 따라 부령에 대한 권한은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행법은 지방교육자치제도의 정신에 반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 그러나 평준화지역의 지정 여부는 국민의 교육선택권 행사, 교육 받을 기회의 지역적 형평성 보장 등의 문제와 직결된 것으로 국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사실 또한 고려하여야 한다. 특히 헌법 제31조는 교육기본권 보장을 위해 교육제도 전반에 관한 포괄적 형성권을 국가에 부여했고, 국회와 대통령이 각각의 입법권을 통해 평준화지역 결정권을 교과부 장관에게 준 이상 이 사실과 의미를 부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또 장관이 평준화 지정 요청을 반려한 행위의 정당성과 관련해 사전 타당성 조사, 주민여론 수렴과정 등의 절차는 관습적으로 행해졌던 것에 불과하고 실정법은 권한 행사의 절차 및 기준 등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결정 여부를 결정권자의 정성적인 자유재량에 두고 있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상황에서 더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쟁점, 즉 평준화지역을 시도 조례로 정하자고 하는 교과부 안이다. 이것이 타당하고 실현 가능하고 받아들여야 할 제안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사실 교과부 안은 파격적인 면이 있다. 현재 교과부 장관에게 있는 결정권을 시도에 이양하겠다는 것으로 이 제안이 현실화하면 평준화지역 확대를 둘러싼 논란은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된다. 시도 조례로 정한다는 것은 평준화지역 결정을 시도의 고유사무로 해 그 권한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교육위원회 및 시도 의회가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평준화지역 결정권을 지방에 이양하는 것은 교육자치 정신에 부합한다. 평준화 여부를 결정할 때 지역의 특수성과 주민 요구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의 대의기구에 권한을 넘겨주는 것은 바람직하다. 반면 교육의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고교 평준화는 지역사회의 교육체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항이지만 자칫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아 안정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자치엔 부합… 정치적 영향 우려

이처럼 장단점을 갖고 있는 교과부의 제안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실행되거나 폐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에 관한 각종 권한이 교과부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교과부가 평준화지역 결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미가 있고 나아가 지속적인 교육행정 권한 분권화를 이끄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평준화 문제가 내포할 수밖에 없는 수월성과 형평성 간의 다소 이념적인 논쟁의 끝자락에서 벗어나 새 제안의 장점과 단점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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