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외국민 선거 ‘부정과 교민 분열’ 막을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7일 03시 00분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표차는 39만 표였다. 2002년 선거에서는 노무현 후보와 이 후보가 57만 표차로 승부가 갈렸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12월 대선에 참여할 해외 유권자 240만 명은 선거의 승패와 정권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재외국민 선거에서 선거부정을 막을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법무부는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관련 부처와 국회에 제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내년 4월 총선부터 시작될 재외국민 선거에서 선거부정이 벌어져도 국제법상 선관위가 단속하거나 검찰이 수사하는 길이 사실상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재외국민 불법선거 혐의자를 영사관 내에서 영사관 직원이 조사할 수 있게 하고 재외국민이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5년간 입국을 제한하는 제재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영사관 직원이 조사한 내용을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하려면 형사소송법을 바꿔야 하고, 설령 이를 개정한다고 해도 불법선거 혐의자가 조사에 불응할 경우 강제로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조사에 응하지 않는 혐의자에 대해 범죄인 인도청구를 할 수 있지만 시일이 오래 걸리고 요건이 까다로워 자칫 외교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재외공관 26곳에 직원 55명을 파견할 선관위가 고작 할 일은 부정선거를 하지 말자는 홍보활동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교민사회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재외국민 선거를 앞두고 분열상이 갈수록 깊어지는 것도 우려된다. 여야 정치권도 “재외국민 몫으로 비례대표 3석 정도를 챙겨주겠다”는 식으로 교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재외국민 유권자가 많은 미국이나 일본에선 대도시마다 온갖 이름의 간판을 내건 교민단체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고 있다. 제대로 된 회원도 없이 회장단만 급조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현지 국가의 주류(主流) 사회에 뿌리 내리지 못하고 한국의 정치권 풍향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교민사회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병역과 납세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재외국민에게 공직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부여하는 데 대해서도 여전히 비판적 견해가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해외에 사는 미 국적자들이 국세청에 세무신고를 해야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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