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남윤서]자기가 인사해 놓고 “운좋은 사람 있었다” 곽노현의 황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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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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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교육복지부
남윤서 교육복지부
“인사를 하다 보면 운 좋은 사람이 꼭 끼기 마련입니다. 막바지 기사회생은 대개 균형추구의 결과!” 24일 오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트위터에 올라온 글이다.

이날 오후에 서울시교육청의 과장급(4급 일반직) 전보 인사가 예고됐었다. 곽 교육감의 트윗(트위터에 올린 메시지)을 본 교육청 직원들은 술렁였다. “원치 않았는데 운 좋게 넣어준 인사가 있다는 말 아니냐” “꼭 이런 말을 공개적인 트위터에 올려야 했느냐”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오후 늦게 과장급 24명의 인사가 발표되자 일부 직원은 명단을 보고 누가 운 좋은 사람인지 따져보기도 했다.

곽 교육감이 ‘균형’ 운운하는 모습을 보며 예전 시교육청의 문제가 떠올랐다. 공정택 전 교육감 시절 시교육청에는 계파가 있었다. 인사철만 되면 특정 지역 출신이 몇 명이나 요직에 앉았는지를 놓고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주류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 인사가 명단에 오르면 “균형 맞추려고 넣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곽 교육감이 말하는 균형은 예전처럼 출신 지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역 계파가 사라진 점은 그의 당선 이후 생긴 긍정적인 변화였다. 그렇다면 그가 언급한 균형은 뭘까. 정치적 성향이라는 말도, 선후배 관계라는 얘기도 나온다. 누군가는 “충성심 높은 사람 위주로 모았는데 잡음이 생길 수 있으니 적당히 균형을 맞춘 것”이라는 평을 내놓는다.

교육청 직원들의 추측이 맞느냐 틀리냐를 떠나 이런 얘기가 오가도록 만든 것은 곽 교육감의 트윗 하나였다. 인사 발표하는 날 오전에 운 좋은 사람이 있다고 말한 속내를 알 수는 없지만 교육감의 공개 발언으로서는 지나치게 가볍고 무책임하다고 느낀 사람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곽 교육감은 사석에서 자신에 대해 얘기할 때 “우리들은 ∼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하지만 교육청 관계자에 대해 말할 때는 “교육청 사람들은∼”이라고 운을 뗀다. 예컨대 “교육청 사람들은 홍보 마인드가 없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안 한다”는 식이다. 교육청 수장이 습관처럼 자신과 교육청을 구분 짓는데 소통과 융합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런 지적을 여러 번 받았는지 곽 교육감은 최근 사석에서 “소통이 안 된다는데 내가 계획도 자주 말하고 트위터도 하는데 또 말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트윗 내용이 ‘이번 인사에 운 좋은 사람이 있다’는 식이라면 무엇을 위한 소통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남윤서 교육복지부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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