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선원은 즉각 송환, 한국 장교는 14개월 복역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29일 03시 00분


최근 한국과 중국 사이에 발생한 사건들의 처리 과정을 보면 우리 정부가 주권국으로서 당당하게 중국을 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해경은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 과정에서 체포한 중국 선원 3명을 서둘러 돌려보냈다. 반면 북한 관련 정보를 수집하던 한국의 조모 소령은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14개월간 고초를 겪은 뒤 겨우 풀려났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했는데도 사실까지 왜곡하면서 우리 정부에 배상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석방된 중국 선원들은 이달 18일 우리 경비함을 들이받은 중국 어선에 타고 있었다. 당시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들은 우리 해경에 적발되자 경찰 4명에게 상처를 입히고 달아났다. 이들이 타고 있던 어선은 다른 중국 선원들이 해경에 체포되는 것을 막으려고 경비함을 들이받았다. 해경은 이들을 처벌할 듯하더니 바로 석방했다. 중국 외교부의 반발 이후 우리 정부가 개입해 외교적으로 수습한 것이다. 해경 내부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불법조업을 단속하라는 것이냐”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들에게 최소한 벌금이라도 부과해 중국 어선의 불법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조 소령이 중국에 체포된 뒤 우리 정부는 조기석방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묵살했다. 사이가 좋은 국가 사이에도 은밀한 첩보활동으로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대개 신속하게 수습된다. 올해 미국에서 체포된 러시아 미녀 스파이 안나 차프만도 10여 일 만에 석방됐다. 조 소령은 재판에 회부돼 징역 3년을 선고받고 1년 2개월을 복역했다. 중국은 조 소령을 강도 사기범 등 다른 한국 범죄자들과 함께 범죄인 인도 방식으로 돌려보내 아예 잡범으로 취급했다.

중국이 외교 관례에 따른 배려를 하지 않았는데도 우리 정부는 조 소령 사건을 쉬쉬하면서 항의 한마디 하지 못했다. 이렇게 우리 정부가 알아서 비위를 맞춰주고 있으니 중국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되레 큰소리를 치는 게 아닌가. 정부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중국의 심기(心氣)만 의식한다면 국가 체면이 말이 아니다. 우리가 물러설수록 중국은 더 기고만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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