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업 경쟁력 강화 좌담회]“글로벌 물기업들과 경쟁할 통합솔루션 기술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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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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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국가 안보차원에서 물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습니다.”이주홍 코오롱건설 사장, 문정호 환경부 차관, 양수길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정창수 국토해양부 차관, 현인환 단국대 교수, 양익배 에치투엘 사장(오른쪽부터)은 최근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내 물 산업 경쟁력 강화 좌담회에서 한국의 대응이 뒤처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기업들의 해외진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해외에서는 국가 안보차원에서 물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습니다.”이주홍 코오롱건설 사장, 문정호 환경부 차관, 양수길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정창수 국토해양부 차관, 현인환 단국대 교수, 양익배 에치투엘 사장(오른쪽부터)은 최근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내 물 산업 경쟁력 강화 좌담회에서 한국의 대응이 뒤처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기업들의 해외진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물이 다이아몬드 같은 희소 자원이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해외에서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물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습니다.”

양수길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부설 지역경쟁력센터가 마련한 ‘국내 물산업 경쟁력 강화’ 좌담회에서 한국의 대응이 뒤처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문정호 환경부 차관, 정창수 국토해양부 차관, 이주홍 코오롱건설 사장, 양익배 에치투엘 사장, 현인환 단국대 교수 등 업계 및 학계 대표, 정부 관계부처 차관이 참석했다.

양 위원장과 조용우 지역경쟁력센터장이 진행한 이날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동아일보 지역경쟁력센터가 모니터컨설팅그룹과 공동으로 진행한 글로벌 물 경쟁력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물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두 시간에 걸쳐 논의했다.(동아일보 10월 18일∼11월 1일자 ‘워터노믹스’ 시리즈 참조)

양 위원장은 “동아일보 지역경쟁력센터 평가 결과 한국의 물 경쟁력 순위가 세계 20개 국가 중 14위에 그쳤다”며 “국내 물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당장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석자들은 국내 시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물산업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해외 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공공부문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물산업을 민간에 좀 더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음은 주요 내용 요약.

○ 세계는 지금 물 전쟁

―물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가.

▽문 차관=세계적으로 심각하다. 수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국가가 있고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수질 문제가 심각해진 국가도 있다. 기후변화 영향으로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도 많다. 이에 따라 수자원 확대와 처리, 공급 분야 시장이 커지고 있고 각국의 선점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정 차관=한국은 기후변화 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르고 지형적인 특성 때문에 바다로 그냥 흘려보내는 물이 많다. 사용량도 과도하다. 국내에서도 미래의 물 부족에 대비하려면 물산업 육성과 함께 물 이용에 관한 논의가 절실한 상황이다.

―물 산업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게 있나.

▽이 사장=홍수방지 시설이나 댐 등의 시공, 관련 시설 유지·보수·운영, 수 처리 소재 및 시스템 분야 등이 있다. 시공이 전체 시장의 40%, 운영이 30%, 소재 및 시스템이 30% 정도 차지한다. 글로벌 물기업은 주로 통합솔루션(total solution)을 제공한다.

○ “국내 시장 민간참여 확대해야”

논의는 물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각론으로 이어졌다. 업계 대표로 나선 양 사장과 이 사장의 목소리는 뜨거워졌다. 이들은 국내 물산업이 현재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면서 민간 참여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물산업을 민간에 맡기면 문제가 해결되나.

▽이 사장=꼭 그런 건 아니다. 현재로서는 기술을 개발해 놓아도 산업화하는 게 힘들다. 예컨대 상수도사업과 관련해 수도요금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아무리 기술을 개발하고 원가를 절감해도 수익성이 없어 민간이 참여하기 어렵다. 물산업 육성을 위해선 수도요금을 올려야 하겠지만 정치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문 차관=물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세계 물시장에서 통합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 민간기업은 아직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터전이 마련돼 있지 않다.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면 우리 기업도 통합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내에서의 운영 및 관리 실적이 중요하다.

○ 해외 시장 개척, 민관 힘 합쳐야

―해외 시장 진출 전망은 어떤가.

▽이 사장=한국 기업들의 기술은 세계 수준에 올라 있다고 자부한다. 문제는 시장이다. 우리가 진출할 해외 시장은 주로 개발도상국인데 이들 국가엔 정치적 불안정 등 위험 요인이 적지 않다. 정부가 나서서 정부 간 협의를 함으로써 위험 요인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줘야 한다.

▽현 교수=기술이나 특허를 산업으로 접목하기 위해서는 자본을 가진 대기업과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 학계, 산업계 등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릴 필요도 있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개발해야 할 핵심 기술이 뭔가.

▽양 사장=소재 기술이다. 지금은 전 세계가 물을 분리하는 시대이며 거기에 필요한 게 소재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통합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 차관=해외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이 힘을 합쳐 기술개발하고 테스트베드(시험장)를 구축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이미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기업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정부도 연구개발과 테스트베드 구축 등에 많은 지원을 할 계획이다.

▽문 차관=정부에서 내년에 물산업 기술개발 지원을 위해 2개 사업단을 만든다. 어떤 세부 기술을 어떻게 개발할지 아직 결정이 안 됐다. 업계에서 아이디어를 주면 반영하겠다.

이와 관련해 양 위원장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녹색 펀드, 글로벌 인프라 펀드 등 2조 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 물산업 중요성 정치논란에 희석

―물 거버넌스(관리체제)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정 차관=지금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두 상수도사업본부를 갖고 있다. 당연히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볼 수 없다. 권역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 민간에 위탁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구역이 마치 국경처럼 되어 버렸다.

▽이 사장=4대강 사업이 끝나면 취수원에 변화가 생기고 4대강 수계를 중심으로 권역화할 것으로 본다. 4대강 유지, 운영 등에서 쌓은 수자원 관리 경험은 물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중국도 물 오염 문제가 심각한데 4대강 사업과 비슷한 사업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4대강 사업 경험을 토대로 중국 시장이나 동남아시아로 진출할 수 있다고 본다.

참석자들은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이어지면서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인 물산업 자체의 중요성에 대해 국민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 교수=4대강 사업이 우리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에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상하수도 시설을 유역관리체계로 전환해 수질 및 수량 관리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 차관=4대강 사업에서의 경험도 수출을 해야 하는데 이는 민간이 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신기술이나 특허가 산업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했는데 이 부분도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양 위원장은 좌담회를 정리하면서 “물을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이 있지만 국내 기업들에 아직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정부는 기업들의 주요 원천기술 개발과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시장을 창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물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정부와 전문가, 관련 협회, 기업 등으로 구성된 물산업 해외 진출 협의회 추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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