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천신일 구속, 대통령 측근 관리 강화의 계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어젯밤 구속됐다. 천 씨는 이수우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세무조사 무마와 대출금 출자 전환에 관한 청탁 등의 대가로 45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천 씨는 검찰이 임천공업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한 올해 8월 신병 치료 등을 핑계 삼아 일본과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국민의 관심이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쏠려 있던 지난달 30일 귀국했다.

천 씨는 이 대통령과 대학 동기로 수십 년 동안 친분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이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과 대선 때 이 대통령의 대학 인맥 관리를 맡는 등 막후에서 상당한 역할을 했다. 2008년 총선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로도 거론됐던 그는 이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도 각별하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천 씨의 구속은 청와대의 대통령 주변 인사 관리에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천 씨는 지난해 초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뇌물수수 사건 수사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을 위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하고 자녀에게 주식을 불법 증여한 뒤 우회 상장해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 결과 천 씨는 자신의 회사인 세중나모여행 주식을 매수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2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에서 천 씨가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청탁 전화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배경을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추가로 다른 비리가 밝혀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천 씨의 비리 혐의에 이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사실은 드러난 게 없다.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할 천 씨 본인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사람을 측근으로 두었던 이 대통령도 도덕적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천 씨가 대통령의 친구이자 측근이 아니었다면 과연 청탁에 개입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우리는 역대 대통령이 친인척이나 측근 관리에 실패해 심각한 레임덕에 빠지거나 퇴임 후 불행해진 경우를 보아왔다. 대통령은 친구의 비리만으로도 의혹과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대통령과 청와대가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 관리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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