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이대로’에 취하면 민심의 결정타 맞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일 03시 00분


여권(與圈) 일부 인사는 요즘 저녁 자리에서 건배사로 ‘이대로’를 외친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50%대에 이르는 상황이 2012년 대선 때까지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다. 이달 11, 12일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시키고, 내년 말 4대강 사업을 완결하며, 적절한 시점에 남북 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키면 정권 재창출은 확실하다는 낙관적 분위기가 한나라당 주변에 넓게 깔려 있는 것 같다. 이런 ‘김칫국 마시기’를 냉소하는 민심을 한나라당은 정녕 모르는 것일까.

한나라당의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이 한국정책과학연구원(KSPI)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다시 한 번 집권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38.4%에 그쳤다. ‘다른 정당으로 바뀌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61.6%에 이르렀다.

여권이 친서민 정책을 쏟아내지만 진짜 서민을 위한 정책과는 거리가 먼 포퓰리즘 처방이 적지 않다. 누워서 떨어지는 감을 받아먹기만 하는 복지의존형 정책은 이 정부가 출범 때 내건 성장을 통한 복지기반 확충과 거리가 멀다. 중산층을 복원하지 못하는 서민 정책은 진통제 주사를 놓는 것과 다름없다. 진정으로 서민을 가난의 수렁에서 구하는 길이 아니다.

한나라당 기반이 탄탄한 대구·경북의 중소기업인들을 만나보면 불만투성이다. 부산·경남의 식당에 가서 손님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정부·여당을 향해 험악한 말이 튀어나온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7촌 조카를 특임장관실 5급 상당 직원으로 특별 채용했다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의 공격을 받았다. 특임장관실은 조카가 15대 국회 때부터 이 장관을 보좌했으며 장관실로 의원 보좌진이 옮겨간 차원이라고 해명한다. 국회 사무총장은 의원들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에 대해 정무적인 업무 특성을 내세우며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청년백수 100만 명의 억장이 무너지게 하는 말이다. 여권의 편의주의적 발상이나 변명은 민심을 더 싸늘하게 만들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놓고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군대 안 간 사람들이 당정 수뇌부를 줄줄이 차지하고 있다. 이 정권 사람들이 6·2지방선거 패배의 교훈을 잊고 또다시 ‘이대로’에 취한다면 정권 재창출은 점점 더 멀어진다. 한나라당 나경원 공천제도개혁특위 위원장은 2012년 19대 총선부터 국민경선을 통해 국회의원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여권이 인재 기용을 외면하고 계파 기득권이나 지키는 고인 물이 돼 ‘슈스케’(슈퍼스타 K2)와 거꾸로 간다면 민심의 결정타를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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