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행복산업의 대표격인 관광이 국가 간 갈등을 타결하는 무기로 등장했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중-일 갈등에서 일본을 백기투항하게 만든 중국의 무기로 희토류 금수조치와 함께 관광이 거론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세계를 들여다보면 서비스산업을 둘러싼 국제 환경이 전쟁 수준에 접어든 지 오래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관광은 수많은 산업을 제치고 세계적으로 연평균 5%대의 성장률을 보이는 매력적인 산업이다.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휘청거리던 2008년도에도 관광산업만은 유일하게 전년 대비 1.8% 성장을 기록했다. 20세기 초 열강이 각축을 벌이던 대상이 땅과 자원에서 관광으로 대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제조업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은 세계가 노리는 관광시장이다. 많은 인구와 최근 급격히 향상된 소득수준으로 중국인의 해외관광이 폭증상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 열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인 시점과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일본이 경쟁적으로 뛰어든 시점이 일치함으로써 관광이 무기로 등장한 셈이다. 일본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비자 발급요건을 크게 완화하는 한편 중국어 안내직원을 공항에 배치했다. 관광의 무기화 시대 도래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관광의 무기화가 상상을 넘어서 이제는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한국 역시 해외로 나가는 우리 관광객을 활용하기에 따라선 100억 달러대의 가치는 충분히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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