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과학자 2명이 올해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자로 결정됐다.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18명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생리의학 물리학 화학 등 자연과학 분야 수상자가 14명에 이른다. 우리는 세계 15위의 경제규모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하늘과 땅 같은 격차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은 끈질긴 노력과 장기 투자가 이뤄낸 결과물이다.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일본 홋카이도대의 스즈키 아키라 명예교수와 미국 퍼듀대의 네기시 에이이치 특별교수는 각각 80대와 70대 원로교수로 금속 촉매를 이용한 유기화합물 합성기술에 평생을 바쳤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고, 노력하는 과정을 평가해주는 풍토가 마련돼 있어야 기초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이 이뤄질 수 있다.
2002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다나카 고이치 씨는 대학 졸업의 학력에 시마즈제작소라는 기업의 연구원이었다. 그의 노벨상 수상은 일본 기업에 대학 연구소 못지않은 학문적 연구 기반이 구축돼 있음을 보여줬다. 우리 기업들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인재만 선호할 것이 아니라 미래의 과학연구에도 투자해야 한다. 기초과학을 외면하는 기업의 미래는 어둡다.
일본인 과학자의 잇따른 노벨상 수상은 일본 젊은이들이 이공계에 더 관심을 갖고 진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과학 연구에 매진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야 과학기술의 저변이 튼튼해진다. 경제 발전 측면에서도 기초과학 분야 인재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일본이 장기불황 속에서도 기업과 경제가 세계 3위를 지켜내고 있는 것은 자연과학 분야의 탄탄한 기반 덕분이다.
한국에서는 공부 잘하는 고교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의과대학을 집중 지원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수학과 과학은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을 받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국가전략을 세워놓아도 결실을 보기 어렵다. 2006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무트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한국 대학생들은 과학 기본기가 부족하다”며 기초과학이 약하면 한국은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초과학을 세계 수준으로 올리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