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초 한 부부장검사가 친분이 있는 건설업자 김모 씨의 고소 사건을 담당한 후배 검사에게 ‘사건을 잘 검토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을 했다. 후배 검사는 피고소인들을 기소했지만 모두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피고소인들은 2009년 1월 부부장검사의 부인 명의로 구입된 그랜저 차 값을 김 씨 측이 대납한 것을 알고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부부장검사를 고발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피고소인들이 고발하기 전에 부부장검사가 차 값을 김 씨에게 모두 돌려줘 청탁 대가가 아니라 차용 관계라고 판단된다”며 무혐의 종결했다. 부부장검사가 건설업자로부터 돈을 받아 그랜저를 샀다가 나중에 차 값을 돌려준 것은 사실이지만 고발하기 전에 갚았으므로 대가성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부부장검사가 일반 공무원이었더라도 검찰이 같은 결론을 냈을지 의문이다.
“의례적인 수준의 부탁을 했던 것”이라는 검찰 설명도 일반인의 상식과 어긋난다. 승용차 값이 오고가는 관계의 사람을 위해 후배 검사에게 한 청탁을 그냥 의례라고 볼 수 있는가. 검찰이 같은 식구를 대상으로 법을 집행할 때 더 엄정한 기준을 적용해야 국민 앞에 떳떳할 수 있다. 부부장검사가 후배 검사에게 사건을 잘 봐달라는 것이 ‘의례적’이라면 법 앞의 평등은 설 자리가 없다.
검사가 건설업자와 오랜 친분 관계를 갖고 거액의 금전거래를 한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얼마 전 특검 대상이 된 ‘스폰서 검사’를 폭로한 사람도 지역 건설회사 대표였다. 특검은 전·현직 검사 4명을 포함한 9명을 기소했다. 검사들이 타 업종에 비해 약점이 많을 수 있는 건설회사 대표들과 술을 마시고 돈을 주고받는 것은 정상적인 관계라고 하기 어렵다.
일본에서는 최근 특수부 검사가 고위 공무원을 잡아넣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전격 구속되면서 검찰총장 진퇴 문제까지 거론된다. 오사카지검 특수부 마에다 쓰네히코 검사는 후생노동성 국장을 유죄로 만들기 위해 압수한 플로피디스크의 업데이트 날짜를 조작했다. 최고검찰청은 마에다 검사를 체포하고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조치를 취했다. 검찰이 스스로 엄정하지 않으면 법치(法治)의 권위를 세울 수 없다.
검찰은 동료 검사의 사표를 받아 옷을 벗겼으니 변호사 개업이라도 하게 해주자는 동정심에서 관대한 처분을 한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집단 이기주의에 젖은 안이한 자세로는 공익의 수호자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