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복거일]국군포로 송환, 지식인이 나설 때

동아일보 입력 2010-09-28 03:00수정 2010-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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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쏟아진 폭우로 어수선한 마음을 국군 포로 한 분이 고국에 보낸 편지가 차가운 파도로 덮쳤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꿈속에서나 생시나 흐느껴 울며 그리워해 온 내 고향산천’으로 시작되는 21쪽의 절절한 사연을 읽으면서 모두 가슴이 막혔을 것이다. 3월에 북한을 탈출했지만 정부간 협상이 늦어져 제3국 소재 공관에 머물면서 이름도 밝히지 못한 편지를 우리 국회의원에게 띄운 사정이 가슴을 더욱 쓰리게 한다.

8만2000명 추산… 8343명만 돌아와

1953년 정전 협상에서 유엔군사령부는 국군 포로가 8만2000여 명에 이르리라고 추산했다. 실제로 돌아온 포로는 8343명뿐이었다. 그렇게 많은 불법 억류 국군 포로를 우리는 한 사람도 구출하지 못했다. 79명만이 스스로 탈출해서 고국으로 돌아왔을 따름이다. 이번에 편지를 쓴 익명의 용사는 3사단 18연대 소속으로 1951년 5월 중공군 5차 공세 2단계에서 동부전선을 지키다 포로가 되었다. 처음으로 생환한 국군 포로인 고 조창호 중위(당시 9사단 소속)도 이 현리 전투에서 포로가 되었다.

한시가 급한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려면 물론 북한의 협력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지난 정권들은 이 문제에 너무 소홀했다. 북한에 큰 자원을 주면서도 국군 포로의 존재조차 언급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원칙에 바탕을 둔 대북한 정책을 세우면서 비로소 국군 포로 문제가 의제로 되었다. 그러나 다른 현안과 함께 다루어야 하므로 이 문제는 쉽게 풀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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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가 대부분 중국을 거치므로 중국의 협력을 얻는 일도 긴요하다. 중국이 탈북자에 대해 인도적 정책을 편다면 문제는 상당히 누그러지고 탈북자의 어려움도 많이 줄어든다. 그러나 중국의 태도는 오히려 퇴행적이다. 북한으로 송환된 탈북자가 맞을 끔찍한 운명을 알면서도 그들을 강제 송환한다.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선 드러내놓고 북한을 감싼다. 중국 어선의 나포를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에서 보듯 자신의 큰 힘을 믿는 중국은 이제 무척 공격적이고 비타협적인 외교를 추진한다. 이런 중국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제한되었다. 중국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국회에서 납북자 송환 촉구 결의를 다시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반갑다. 힘에 부친 우리 정부를 실질적으로 돕는 일이다. 실제로 이 일에선 시민단체 같은 비정부 부문이 맡을 몫이 작지 않다. 특히 중국의 태도를 바꾸는 데에선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탈북자 처우, 中지식인에 호소해야

북한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일은 본질적으로 두 정부 사이의 거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중국은 이제 상당히 열린사회이므로 우리 시민과 중국 시민 사이의 교섭이 가능하다. 북한 정권을 돕는 것과 탈북자를 가혹하게 다루는 일은 부도덕하며 장기적으로 중국의 이익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해서 중국 시민들이 이 일에 관심을 갖도록 할 수 있다. 사람은 도덕적 동물이므로 도덕적 호소는 보기보다 훨씬 강력하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시민단체는 대부분 좌파에 속한다. 천안함 폭침사건에서 드러났듯 기회가 나올 때마다 우리 정부를 비판하고 북한을 두둔한다. 우파 단체는 아직 세력도 작고 역량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제는 뜻있는 지식인이 자기 이름을 걸고 나서야 한다. 탈북자의 어려운 처지를 외면하는 자세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중국 지식인의 양식에 호소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지식인에게 이보다 더 뜻있는 사회참여(engagement)는 생각하기 힘들다.

복거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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