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조현오 청장 ‘지휘서신 1호’

동아일보 입력 2010-09-10 03:00수정 2010-09-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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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의 어린 시절 꿈은 군인이었다. 그러나 그는 고등학생 때 시력이 나빠져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대신 경찰 간부후보생이 되려고 했지만 군필(軍畢)이란 자격이 안 돼 결국 대학에 진학했다. 1981년 외무고시에 합격한 그는 8년 반 동안 외교관 생활을 하다가 1990년 경찰관으로 변신했다. 조 청장이 취임식에서 “참으로 멀고 먼 길을 돌아 여러분 앞에 섰다”고 말한 것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소회였는지 모른다.

▷조 청장은 2006년 12월 치안감으로 승진한 뒤 4년도 안 돼 경찰 총수가 됐다. 2008년 부산경찰청장 때 ‘경쟁의식을 통해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경찰에서는 처음 도입한 성과주의의 공이 크다. 하지만 조 청장은 평소 직원들의 근무기강과 실적을 너무 강조해 ‘저승사자’ ‘해파리’라는 욕도 먹었다. ‘노무현 차명계좌 발언’ 동영상 유출과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의 동반사퇴 요구 하극상은 경찰 내부 갈등이 표출된 것이지만 성과주의의 그림자로 볼 수 있다.

▷조 청장은 5일 전국 경찰관들에게 보낸 ‘화합의 중요성을 되새겨 볼 때입니다’라는 제목의 ‘지휘서신 1호’에서 입단속을 당부했다. 그는 “조직 내 갈등과 논란이 언론 등을 통해 외부에 표출돼 국민이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모두 자중하고 조직 발전을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장 임명을 전후해 노출된 경찰 내부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지만 내부 문제를 언론 탓으로 돌린 듯해 유감스럽다.

▷2004년 경찰청장 2년 임기제 도입 이후 임명된 5명의 청장 가운데 임기를 채운 사람은 1명뿐이다. 그만큼 경찰은 내풍과 외풍이 심한 조직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죽창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농민이 숨지자 ‘과잉 진압’ 책임을 물어 허준영 청장을 사퇴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용산 참사의 책임을 물어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물러나게 했다. 이제는 권력이 경찰총수를 ‘정치적 제물’로 삼아서도 안 되고 경찰이 권력 눈치만 살펴서도 안 된다. 조 청장이 취임하자마자 경찰 내부의 입단속부터 시킨 것이 지나친 권력과 여론 눈치 보기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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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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