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비리 법조인의 개업

동아일보 입력 2010-09-06 20:00수정 2010-09-07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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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검찰 변호사업계를 흔히 ‘법조 3륜(輪)’이라 부른다. 사법(司法)의 영역을 끌고 가는 세 개의 바퀴라는 뜻이다. 3륜 가운데 1륜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사법 기능은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법조 3륜이란 말에 거부감을 표시하며 사법부가 중심이 되는 ‘법조 1륜’이라고 해야 옳다고 말한 바 있다. 수사기록보다는 법정에서의 진술과 증거 제시가 더 중요하다는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의 변론 활동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판사와 검사에 의해서만 재판이 이뤄진다면 실체 진실을 찾아내고 피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이 제대로 될 수 없다. 변호사는 변론의 대가로 수임료를 받지만 이윤추구가 주목적인 기업인이나 상인과는 다르다. 변호사법에 의하면 변호사는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의 사명을 가진 ‘공공성을 띤 법률 전문직‘이다. 업무 과정에서는 품위 손상과 진실 은폐, 거짓 진술이 금지돼 있다. 변호사는 엄격한 공직성(公職性)과 도덕성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지난달 광복절 특사 때 ‘몰래 끼어넣기’로 복권(復權)된 변호사 2명의 개업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형사지법 서울고법 등 주요 법원 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H씨는 부장판사 시절 사건 청탁조로 2500만원을, 10년간 군 법무관을 지낸 B변호사는 판사 교제비 명목의 2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실형과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상임이사회는 어제 이들의 변호사 등록신청을 자진 철회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본인들이 거부하면 대한변호사협회에 ‘부적정(不適正)’의견을 붙여 보낼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은 ‘5년간 개업금지’ 대상이지만 복권으로 법적 제약이 제거됐다. 하지만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변호사회 판단이다. 비리에 연루돼 현직에서 물러나도 별다른 제한 없이 변호사로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게 일반적이다. 변호사 단체의 이번 자진 철회 권유는 그런 기대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작은 출발이지만 의미가 크다. 현직 때 비리에 걸리면 그것으로 법조인 생명은 끝이라는 인식과 풍토를 조성해야 사법의 권위와 신뢰가 지켜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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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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