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이 국민에게 희망 줄 비전은 뭔가

동아일보 입력 2010-09-01 03:00수정 2010-09-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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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지난달 30, 31일 이틀간 의원연찬회를 열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허전하기 짝이 없다. 첫날엔 이른바 성희롱 예방교육을 비롯해 4대강 및 개헌 관련 특강이 있었다. 상임위별로 해당 부처 장관들을 불러 오늘부터 시작될 정기국회에 대비한 당정협의를 개최했다. 둘째 날엔 특별한 주제 없이 열댓 명의 의원이 나서 당과 국정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거나 지도부에 주문하는 자유토론 시간을 가졌다. 정기국회에 임하는 각오를 다지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나름대로 알차게 일정을 보냈다고 자부할지 모르겠지만 눈을 씻고 봐도 국민에게 감동을 줄 만한 내용은 없었다. 아무리 정기국회 대비가 연찬회의 주목적이고 총리와 장관 후보자 등 3명이 인사청문회의 턱에 걸려 낙마한 뒤끝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럽다. 인사검증의 책임론을 놓고 갑론을박하면서 그저 현안을 쫓아가기에 급급했다. 그나마 첫날엔 172명의 소속 의원 가운데 140여 명이 참석했으나 둘째 날엔 참석자가 절반 가까이 줄어 열의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번 연찬회는 소속 의원들이 근 1년 만에 자리를 함께하는 1박 2일 일정이었다. 시간도 넉넉했던 만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허심탄회하게 당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놓고 함께 고민하는 치열함을 보여줬어야 옳다. 당의 진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낡은 보수의 이미지를 어떻게 떨쳐낼 것인지, 국민에게 희망을 줄 비전을 무엇으로 제시할 것인지 난상토론을 벌였어야 했다. 한나라당이 창의적인 문제의식을 표출하지도 못하고, 자기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결국 국민의 지지를 잃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선거에 지거나 위기가 닥쳤을 때는 목청을 높여 변화와 쇄신을 외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개 흐지부지되고 마는 게 거의 체질이 돼 있다. 국정을 주도하겠다고 다짐한 것이 벌써 몇 번인데 아직도 중요 정책에 대해 당정협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행정고시 개혁 방안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세 문제가 대표적 예다. 국정과 인사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를 압박해서라도 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것이 집권 여당의 바른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저 뒤에서 불만을 토로하고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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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국민에게 뭔가 희망을 주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라도 바뀐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내년 예산안은 물론이고 각종 민생법안 개혁법안 처리에도 만전을 기해 국정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정기국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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