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창덕]나로호보다 걱정스러운 발사체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28일 03시 00분


나로호 발사는 실패했지만 언론 덕분에 나로호의 액체로켓 엔진이 러시아제임을 초등학생도 알게 됐다. 위성 발사체에서 가장 중요한 1단 발사체, 그중에서 가장 위험도가 높고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1단 액체로켓 엔진이다. 세계적 기술 선진국인 러시아의 액체로켓 엔진을 사용하고도 실패하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되는 것은 나로호의 3차 발사 자체가 아니다.

로드맵에 의하면 10년 뒤에는 우리 기술로 개발한 액체로켓 엔진을 장착한 한국형 발사체를 쏘아 올려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추력 70t급 액체로켓 엔진을 7년 안에 개발해야 가능한 계획이다. 일본 전문가들의 눈으로 보면 허무맹랑한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 H-2로켓에 들어가는 추력 100t급 액체로켓 엔진인 LE-7을 개발하는 데 8년이 걸렸다. 액체로켓 엔진 개발에 착수할 당시의 일본의 기술 수준은 지금의 우리보다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앞서 있었다. 추력 10t급 액체로켓 엔진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된 기술을 가진 단계였다. 그뿐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기술을 이전받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형 발사체에 실을 액체로켓 엔진 개발이 그야말로 무모한 계획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가 못하는 일도 우리는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뒤돌아보면 조선과 플랜트 건설이 그랬고 정보기술(IT)과 반도체가 그랬다.

세계가 할 수 없는 기적을 우리가 이루기 위해서는 전제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철저한 준비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준비가 지금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한번 살펴보면 걱정에 앞서 한숨만 나온다. 추력 70t급 액체로켓 엔진을 개발하기 위한 시험시설은 국내에 전무한 실정이다.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예산의 조기 집행뿐 아니라 건설에 따른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설은 그렇다 치더라도 인력은 어떠한가. 돈만 있다고 기술과 경험을 갖춘 인력이 갑자기 생겨나는가. 지금부터 대학에서 유능한 인력을 배출한다고 해도 이미 7년은 지나가 버린다. 결국은 기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데 국내의 전문인력을 모두 모아도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인력의 총집결은 고사하고 개발주체가 될 항공우주연구원 내 관련 인력의 집결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고 한다.

필자는 국가연구기관에서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다. 소형 제트엔진과 군용항공기 추진시스템을 동시에 개발하기 위해 제한된 인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했다. 다른 부서 인력을 집결시키는 소위 매트릭스 인력관리시스템을 통해 짧은 기간에 두 건의 개발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7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발사체 액체로켓 엔진을 성공적으로 개발하려면 유사한 사업을 통해 기술을 축적한 산업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전문인력을 보유한 학계, 분야별 전문성을 가진 연구소 전문가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로켓엔진 개발을 전담할 새로운 형태의 연구소가 될 수도 있고,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 통합 사업단이 될 수도 있다.

어떠한 형태로든 국내 인력을 총집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조직 개편이 돼야 한다. 이런 조직 개편은 개발을 책임진 항공우주연구원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 현재의 기술 로드맵에는 계획돼 있지 않은 한국형 정지궤도위성 발사체 엔진개발도 포함해야 한다. 개발 인프라, 특히 인력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외치는 ‘한국형 발사체 액체로켓 엔진의 독자 개발’ 목소리는 공허할 뿐이다.

공창덕 조선대 교수 한국항공우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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