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양승함]靑새 참모진 人治의 유혹 뿌리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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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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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조직 개편에 이어 참모진을 새롭게 구성했다. 세대교체와 적임자 기용이라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회전문 인사 또는 측근 임명이라는 혹평도 있다. 그러나 이번 청와대 인사는 시기적인 면이나 내용 면에서 일단 기대해볼 만하다.

대변인을 빼고는 세대교체라고 할 만큼 참신성을 갖추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층 젊어진 참모진은 청와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지난 참모진과 비교하면 보다 역동적으로 청와대를 운영해 나가고 새로운 국정비전을 제시하며 정책을 효율적으로 조율할 것으로 기대한다. 친서민, 소통, 미래라는 3대 과제를 모토로 한 이번의 조직 및 인사 개편은 말 그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막중하고 방대한 업무를 조직과 팀워크로 보좌해야 한다. 그동안 회자된 비선 라인과 민간인 사찰 문제는 청와대의 제도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청와대 조직과 업무가 법적 기능적으로 제도화되지 않으면 권력의 사유화를 초래하고 측근들은 권력 남용을 일삼기 마련이다. 대통령실의 조직체계와 수석실 간의 권한 영역을 기능적으로 잘 정비하고 제도화하여 개인이 지나치게 영향을 미치는 인치(人治)를 근절하는 일이 시급하다. 특히 사회통합수석실 등 새롭게 개편된 수석실의 업무영역을 명확히 하여 원활한 팀워크를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국정운영의 중추신경과도 같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국정비전 제시는 물론 복잡하고 다양한 정부 조직을 조정 통합하는 역할을 보좌하므로 대통령의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정치력과 전문성 그리고 충성심을 갖춘 뛰어난 보좌진을 구성하는 일은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참모진은 과거의 행정형, 관리형보다는 정치실무형이 주를 이뤄 대통령을 위한 정치적 보좌가 활발해지고 청와대의 구심적 역할이 증대하리라 예상된다. 이와 같은 역할 증대는 권력의 행사보다는 대통령의 의사 및 정책의지 전달과 정부 부처, 정당, 의회, 시민사회, 일반 국민 간의 협력을 도모하는 정치력의 행사여야 한다.

청와대의 새로운 참모진의 최대 과제는 바로 소통이다. 이명박 정부의 린치핀(linchpin·바퀴멈추개)은 소통의 문제이다. 소통의 부재는 정치력의 문제이자 리더십의 문제이다. 소통의 정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각계각층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청와대 참모진은 대통령에 대한 진정한 충성은 대통령이 듣기 싫은 말, 쓴소리를 여과 없이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권력욕에 빠져 정치술수나 공작정치에 함몰돼서는 안 된다.

청와대 새 참모진의 또 하나의 과제는 국정비전 제시의 보좌이다. 훌륭한 정치 리더십은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국가비전을 제시한다. 과거에 제시한 녹색성장이라는 말을 요즘은 들을 수 없다. 선진한국을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비전은 무엇인가?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으로 국정이 논쟁과 혼란에 빠졌었지만 국민의 다수가 수용할 수 있는 비전 사업은 아니다.

국민이 이명박 정부에 불신을 갖게 하는 큰 요인의 하나는 서민정책의 실종에 있다.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를 실감나게 할 정책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 금융위기에서 가장 빨리 탈출한 국가라는 자부심을 국민은 체감하지 못한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그리고 봉급생활자는 양극화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있다. 청와대 새 참모진은 서민 다수가 환호할 만한 서민정책을 과감하게 주도해야 한다. 새로운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는 대통령실을 운영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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