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을 우습게 아는 교육감, 교육자 자격 있나

  • 동아일보

다음 주 교육과학기술부 주관으로 실시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일부 좌파 교육감이 평가거부를 조장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최근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는 학생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라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도 시험 거부 학생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할 뜻을 비쳤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고의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학교장과 교사를 징계하고 학생은 결석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혀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교육감이 평가거부 학생을 위해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학생들이 평가 시험을 안 볼 권리가 있음을 상기시킴으로써 평가거부를 부추기는 행위와 다름없다. 지역 청소년들의 학습 능력을 키워야 할 책임이 있는 교육감이 드러내놓고 ‘평가 시험을 보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교육자적 자세라고 하기 어렵다. 법적으로도 ‘평가 대상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평가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한 초중등교육법 제9조 제4항을 위반한 행위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해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교과부의 징계 요구를 거부한 것도 자신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일탈(逸脫) 행위다. 그제 수원지검은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교육감에게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며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그에게 만약 유죄 판결이 내려져 직무가 정지될 경우 경기도 교육의 행정공백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한 학교현장의 분열과 혼란, 파행의 책임은 법령을 무시한 김 교육감에게 있다.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판결은 지역 법원에 따라 유무죄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교육감은 이와 상관없이 행정 절차에 따라 교사들을 징계할 의무가 있다. 공무원 징계는 행정부 내에서 재판 절차와 별도로 진행된다. 김 교육감이 대법원 판결 결과를 보고 징계하겠다고 밝힌 것은 당장의 징계를 회피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신임 교육감들이 자신의 교육철학을 학교현장에 적용하더라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마땅하다. 법을 우습게 여기면서 학교현장을 혼란시키라고 주민이 표를 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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