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선거 재정지출 공약 반드시 재검증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6·2지방선거 때 일부 당선자가 부유층을 포함한 학생 전원에 대한 무상급식이나 수능 교재 무상지급 같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 공약을 내걸었다. 공약을 이행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여력이 있는지, 지자체의 사업 우선순위에 맞는지 정밀하게 따져보지 않은 채 표를 얻기 위해 발표된 것들이다.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2000년 평균 59.4%에서 지난해 53.6%로 악화됐다. 2008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242개 기초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를 넘는 곳은 32곳에 불과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지방 재정이 지속적인 지출 팽창을 충당할 만한 수입이 확보되지 않아 적자가 누적되는 ‘재정 압박’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칫하면 ‘재정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단계다. 당선자들이 선거 전에 ‘통 큰 공약’을 내걸 때 지자체 재정 실태를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광역 및 기초 지방의회들은 7월 개원 직후에 지자체의 재정 상황부터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새로 취임한 자치단체장이 선거유세 때 복지 교육 등의 분야에서 쏟아놓은 공약의 타당성을 반드시 재검증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빚 보전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하고 재정 위기가 터졌을 경우 처리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가 부채가 늘고 있는 중앙정부의 재정건전성도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느라 지난해 수정예산 10조 원, 추경예산 17조2000억 원을 추가로 지출했다. 이에 따라 예산 기금 등 국가 전체의 재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가 2008년 11조9000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17조6000억 원 적자로 나빠졌다. 올해 1분기에도 재정 조기집행의 영향으로 7조 원의 적자(잠정치)를 냈다.

백용호 국세청장은 어제 “포퓰리즘이 재정 확충의 걸림돌”이라면서 정치권의 섣부른 감세 및 비과세 공약이 세수를 확충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권이 재원마련까지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백 청장은 “일본은 조세수입 중 55%가 국채 원리금 상환에 쓰일 정도로 국가채무가 심각한데 조세부담률은 18%로 낮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선거가 잦은 일본에서 정치인들이 감세와 세율인하를 경쟁적으로 내걸어 재정이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부터 재정을 지켜내는 일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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