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제병합 100년에 도진 일본의 ‘독도 망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1일 03시 00분


일본의 ‘독도 망발’이 전방위적인 국민 세뇌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 어제 일본 정부는 내년도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하며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가 일본 땅이라는 점을 초등학생들에게 분명히 인식시키기 위해 지도에 다케시마를 일본 영해로 포함하는 경계선을 그을 것”을 검정 의견이라고 내놓았다. 초등학생들에게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허위의식을 주입하려는 의도이다. 이에 따라 검정을 신청한 5개 출판사 가운데 2개사가 초등학교 5, 6학년 사회교과서에 당초 계획대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해 일본 영해로 편입한 지도를 게재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일부 초등학교 교과서에 ‘다케시마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거짓말이 들어 있긴 했지만 노골적으로 지도에 영유권을 표기한 경우는 없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정권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다. 취임 직후 하토야마 총리는 한일 관계에 대해 “역사를 직시하고 해결해 갈 용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 말을 되풀이했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당 정권의 역사 인식과 대응이 과거 자민당 정권과는 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초록은 동색(同色)’임을 드러냈다.

하토야마 정권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고등학교 역사지리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도 독도와 관련해 ‘중학교 학습을 토대로 영토 문제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대목을 추가했다.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해설서에 들어 있는 ‘독도 망발’을 고교생들에게도 강조해 교육하라는 지시였다. 거기다가 이번에 초등학생까지 ‘지도에 다케시마를 일본 영해로 포함하는 경계선을 그은 교과서’로 가르치라고 함으로써 어린이부터 세뇌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일본의 미래세대에게 그릇된 영토관념과 역사관을 주입하려는 참으로 잘못된 선택이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행정쇄신상이 27일 “한반도가 일본 침략을 받은 것은 역사적 필연이었다”고 한 망언도 하토야마 정권의 비뚤어진 역사인식을 보여준다. 올해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다. 침략의 역사를 겸허하게 반성하고 자숙해야 할 일본이 피해자의 상처를 들쑤시고 영토 야심을 노골화하는 것은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일본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토야마 총리부터 자신이 했던 말에 책임을 지고 역사왜곡과 독도 망발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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