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금주]10대의 ‘팬픽’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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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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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0대 자녀를 키우는 30,40대 부모는 “자위행위를 많이 하면 머리가 빠지고 머리가 나빠지나요?”라는 순진한 수준의 성 고민을 하면서 10대 시절을 보냈다. 어쩌다 친구들 사이에 떠도는 ‘빨간 책’을 몰래 읽어보는 일은 성에 대한 엄청난 접근, 다시 말하면 금지구역을 넘나드는 수준으로 여기며 자랐다.

적어도 인터넷 동영상이 우리 생활 가까이 오기 전에는 성에 대한 접근과 고민, 해결 방법은 지난 2000년 동안 세대를 바꾸면서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형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10대는 다르다. 성은 더는 신비하지 않다. 궁금해야 할 이유가 없다. 인터넷 이전의 10대와 인터넷 이후의 10대를 가르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성에 대한 지식과 성에 접근하는 방법의 변화다. 인터넷은 성에 대한 궁금증에 몸으로 직접 원하는 것 이상을 보여주고 가르쳐 준다. 묻고 답을 얻는 데 주저할 필요도 없다. 합법적으로 성욕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을 뿐 성에 대한 지식이나 갈망은 어른보다 더 구체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10대는 성을 보고 즐기는 단계를 지나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성을 놀이로 재생산한다. 이른바 졸업빵도 마찬가지다. 매체를 통해 보는 단계를 벗어나 직접 내 눈앞에서 벗겨보고 괴롭혀 보고 만져 보고 싶어 한다. 길거리에서 남의 옷을 벗기는 일은 커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요즘 크는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지, 그게 뭐 그렇게 큰 문제냐, 더한 일도 있는데, 하는 식의 섣부른 관용이나 국가나 학교 혹은 사회가 책임지고 다뤄야 할 청소년 범죄로 규정하는 무조건적인 정죄방식 모두 답이 아니다. 그런 일을 아무런 저항 없이 즐기는 것이 우리 10대의 현실이다.

팬픽(fan fic)이라는 이름으로 여중생이 노트에 함께 써 내려간 글은 어설픈 사랑의 고백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글 속에서 섹스를 하고 동성애를 즐긴다. 부모세대가 접할 수 있었던 어떤 빨간 책의 내용보다 더 급이 낮고 저속하고 리얼한 성적인 용어를 풀어놓으면서 간접적인 성행위를 즐긴다. 친구와 어울려 성행위를 묘사하는 소설을 써서 그런 노트를 돌려 읽는다. 성 행위의 대상이 또래 사이에서 인기 있는 연예인이어서 더 스릴 있고 강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현실에서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절대 이를 수 없는 흠모의 대상이기에 그런 유희를 즐기면서 양심의 가책도 덜 느낀다.

“친구랑 재미 삼아 써 본 거예요. 이 정도는 인터넷 소설에 들어가면 어디서나 읽을 수 있어요.” 어른은 만지기도 거북한 이야기를 10대는 이렇게 그냥 즐기는 정도라며 간단하게 말한다. 동기나 답은 순진할 만큼 간단하다. 하지만 조금 깊이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머릿속이 절대 간단하지 않다. 사람은 그 생각하는 것이 그사람 자체라고 했다. 10대의 머릿속에 그런 단어와 문장이 가득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산되어 나온다. 특별한 날을 핑계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집단 성행위가 이뤄지고 강요당하고 있지 않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뭉치면 해내는 것이 10대 또래가 가지는 파괴력이다. 책임은 나 아닌 남이 지고, 나는 즐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 않아야 할 일도 여럿이 함께 하면 함께 하는 수가 많은 만큼 정당해진다고 믿는다. “여보야 돌아가면 뼈아프게 놀아보자.” 부부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가 아니다. 여중생이 친구 사이에 주고받은 문자다. 그냥 장난으로 넘어가기엔 보여주는 사인이 너무 위험하다.

강금주 십대들의 쪽지 발행인 호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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