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성운]정치권의 10인 10색 아바타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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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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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병국 사무총장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영화 ‘아바타’ 관람 후기를 올렸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전자전시회(CES)를 참관하고 왔다는 정 사무총장은 “(CES와 아바타 열풍을 보며) 3차원(3D)의 위력과 열풍을 확인했지만 우리의 3D 소프트웨어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는 게 현실”이라며 미디어 관련법 개정의 당위성을 재삼 강조했다.

그는 “3D 열풍을 접하면서 작년 7월 미디어 관련법 개정 과정이 떠올라 씁쓸했다. 방송, 통신, 콘텐츠 분야 등의 규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자는 취지였는데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이상한 형태가 되어버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관람평은 결이 달랐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나 “정운찬(국무총리)은 충청도민을 이주시키라는 지시를 받고 충청 DNA를 앞세워 갔지만 영화 속 주인공과 달리 그들을 회유하는 지시에만 충실하다”고 지적했다.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이 개발사업에 저항하는 원주민들을 설득하려고 DNA 조작을 통해 그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변해 접근하지만 결국은 원주민들과 한편이 되어 개발사업에 맞서 싸우는 것을 빗대 정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 행보를 비판한 것이다. 서 의원은 또 “기술도 대단했지만 역시 자유로운 상상력이 가능한 환경에서 좋은 콘텐츠가 나온다고 느꼈다”며 ‘예술창작의 자유’를 강조했다.

민주개혁세력의 통합을 앞세워 10일 민주당에 복당한 정동영 의원은 “거대 외부 세력의 침략에 맞서 각 부족이 하나가 되어 싸우고 승리를 쟁취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촌평했다. 정 의원은 10일 복당 기자회견에서도 “6월 지방선거는 독주와 독선의 아바타들과의 한판 승부”라고 강조했다.

진보신당의 노회찬 대표는 “아바타를 보며 4대강 사업을 떠올렸다”며 “개발 이익을 위해 환경을 파괴하고 원주민들에게 피해를 보이는 정책을 멈추고 자연과 공존하며 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가 전환되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게 예술의 매력이다. 다만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오락 영화 한 편에 대한 관람평마저 이렇게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모습에서 자신의 정치적 지향성과 현안에 골몰해 있는 한국 정치인들의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유성운 정치부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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