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과시욕과 수줍음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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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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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리넨에 아크릴과 실크스크린 잉크·55.9×55.9cm·1966∼1967년)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앤디 워홀은 예술에서도, 사업에서도 천재적 역량을 발휘한다. 디자인과 미술뿐 아니라 영화 음악 잡지발행인 방송MC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능력을 과시했고, 스스로를 멋지게 포장하고 브랜드화하는 데서도 그랬다. 그 덕분에 미술계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명성을 누릴 수 있었다. 그는 자기 홍보의 유혹을 이렇게 표현했다.

“마치 심심풀이 땅콩 같다.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으니까.”

워홀의 또 다른 특기는 자화상 그리기. 고교 시절부터 자화상을 즐겨 그렸던 작가. 1960년대부터 숱한 자화상을 제작한다. 자기 자신이 스타이면서 예술적 오브제가 되고자 한 바람을 투영한 작업이다.

이 작품에선 손가락을 입에 대고 생각에 잠긴 듯한 유명 인사의 전형적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맬컴 커크가 촬영한 사진이 원본이다. 강한 명암의 대비로 얼굴 윤곽과 표정은 드러나지 않고 사색하는 작가의 분위기를 풍긴다.

워홀 자화상에는 노출과 은폐에 대한 상반된 욕구가 공존한다. 내성적이면서도 늘 남들의 주목을 받고 싶은 마음이 충돌하는 점에서 실제 성격과도 닮은 꼴이다.

“나는 수줍은 성격이었지만 좀 더 내가 차지하는 영역을 넓히고 싶어 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어머니는 언제나 ‘너무 나서지 말도록 해라. 그러나 언제나 모두에게 네가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라’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언제나 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영향력을 원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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