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종철]아이티 파병, 중견국 한국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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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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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00만 달러의 지원금과 함께 200명으로 구성된 유엔 평화유지군(PKF)을 아이티에 파견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원금이 당초 발표금액보다 10배로 증액됐고 유엔의 요청을 받아들여 파병까지 하기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국익 증진에 크게 도움이 될 결정으로 판단된다. 아마 국민도 이번 결정을 지지하고 정부의 조치에 신뢰를 보낼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은 192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약 20위권의 국제적 위상을 차지하는 중견국가이고 올 11월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최할 의장국이다. 또 한국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함으로써 아직 성숙하지는 못했으나 세계적 리더십 반열에 한 발을 걸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코리아와 신아시아 구상을 표방하면서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하여 국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확고한 대외정책 기조를 실천하고 있다. 이는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따라가는 나라에서 이끌어 가는 나라”로 성장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파병 철학과 통한다.

중견국인 한국은 선진 강대국이 구축한 질서와 규범 및 절차를 추종만 해서는 선진 강국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우리보다 위상이 낮은 후진-개도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금융위기와 같은 국가적 곤경을 헤쳐 나가는 데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더 넓게는 이들의 국가발전을 지원해 주는 리더십을 확립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지원과 봉사를 통한 국익 증진을 추구하는 것이 중견국 한국의 전략이 되어야 한다.

한국이 세계 리더십을 정립하는 데 유엔의 군사 및 비군사적 평화유지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필수적이고도 유익한 방법이다. 1993년 소말리아 내전부터 시작하여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을 거쳐 현재 활동 중인 청해부대 파병까지, 18개국 21개 지역에 3만여 명이 참여한 한국의 국제평화활동은 한국의 국력과 위상에 비해 충분하지도, 만족할 수준에 미치지도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고 국가체제가 와해될 지경에 이른 아이티에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병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훗날 아이티 파병이 한국군의 해외 파병사에 새로운 장을 썼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아이티에 파견되는 한국 평화유지군의 역할이 지금까지 수행한 내전 종식 후 안정과 재건을 위한 활동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아이티는 국가가 와해된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 있는 아이티에서의 활동은 한국의 해외 파병 경험과 역량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만들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정치 경제 및 문화 등 다양한 국가이익을 확보하려는 노력에도 상승효과가 기대된다.

한국의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 주민으로부터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고 민군작전은 유엔 평화유지활동의 모델로 채택될 만큼 찬사를 받았다. 자이툰 부대의 성과는 금전적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의 국가이익을 안겨주었다.

자이툰에서 주민의 마음을 성공적으로 얻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아이티 평화유지군도 난민 수용 및 보호, 기본 생활 지원과 주요 시설 보호 등 아이티가 대재앙을 극복하고 더 좋은 국가로 일어서도록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아이티 파병을 계기로 국민의 지지를 받는 평화활동을 국격에 걸맞게 확대하도록 파병법 정비, 상비군 설치, 관련 예산 확보 등 유엔 평화활동 전반을 체계화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최종철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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