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로저 코언]떨고 있는 아시아의 ‘70% 神’

  • 동아닷컴

나는 최근 중국과 베트남에서 웅장한 영묘(靈廟)에 안치된 ‘아시아의 신’들을 참배한 적이 있다. 아시아의 신이란 마오쩌둥(毛澤東)과 호찌민을 지칭한다. 나는 그곳에서 어떻게 대명천지의 21세기에도 이들이 신적 존재로 남아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

먼저 베트남 하노이에 안치된 호찌민은 프랑스와 미국의 군대가 꺾을 수 없는 전쟁지도자이자 베트남의 통일영웅이다. 베트남 국민은 그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자신을 화장해 달라는 유언에도 현재 그의 유해는 영구 보존 처리돼 있다. 그리고 중국 베이징(北京)의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도 맥도널드 매장 주변에 마오가 호찌민보다 좀 더 혈색이 좋은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마오와 호찌민의 사상을 위해 많은 사람이 죽어야 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1958년부터 1961년까지 중국에서는 3500만 명이 아사(餓死)했다. 1966년부터 시작된 문화대혁명은 ‘소름 끼치는 10년’으로 이어졌다. 호찌민은 30년 전쟁을 통해 국민을 집단화시켰다.

죽어서 신이 된 이들은 한때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가혹한 정치를 펼쳤다. 그런데 왜 이들은 아직도 숭배되고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들은 국민에게 애국심과 자존심을 내세우며 서방의 침략에 맞서 독립을 주장하고 통일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마오와 호찌민은 서방의 힘과 도덕적 권위가 도전받는 시대에 ‘반(反)서구’를 상징하는 신이었다.

그러나 이런 마오와 호찌민도 최근엔 흔들리고 있다. 여전히 일당독재를 펼치고 있는 공산당은 두 사람의 사상을 바꾸고 있다. 마오의 사상에는 맥도널드 매장이 없다. 그들은 현재 전지전능함이 줄어든 ‘70%의 신’에 머물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 경제를 급성장시키자 세계인들은 국민을 굶주리게 했던 마오의 사상이 틀렸다(약 30%)고 생각했다. 베트남 공산당 지도자들도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돼야 하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돼야 한다”고 한 호찌민의 말을 찾아내(어쩌면 지어내) 시장경제를 정당화했다.

이런 ‘70%의 신’은 흥미로운 존재다. 그들은 더는 사람들을 죽일 수도, 감옥에 가둘 수도 없다. 그들은 장벽 대신 방화벽을 쌓으며 21세기형으로 변신했다. 인민을 수용소로 보내지 않는 대신 인터넷 인맥 사이트인 페이스북을 막는다. 덜 무자비해졌지만 압박의 강도는 더 세졌다.

이러한 변신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중국과 베트남에 대해 ‘시장 레닌주의(Market Leninism)’가 만들어낸 놀랄 만한 경제성장을 빼놓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더 많이 교육받고 더 부자가 된 사람들은 단순히 더 큰 아파트나 자동차만 갖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신을 다스리는 정치권력을 결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하며 표현의 자유를 바란다. 정권의 부패에도 관심을 갖게 되며 왜 트위터를 할 수 없는지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70%의 신’을 떠받들고 있는 공산당이 왜 그토록 불안에 떠는지 알게 해준다. 중국은 최근 반체제 작가인 류샤오보(劉曉波) 씨에게 11년의 징역형을 내렸다. 류 씨는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08 헌장’을 통해 “말하는 것을 범죄로 여기는 관행을 끝장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불안 때문에 베트남도 인권변호사인 레꽁딘을 국가 전복 혐의로 체포했다.

‘아시아의 신’은 변형 가능한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이는 세계인에게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쳤다. 그들이 체포한 사람들의 말은 범죄가 아니다. 이들의 수난은 가면 뒤에 가려진 불안의 표현이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