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여당 물어뜯기 덜했다고 추미애 때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6일 03시 00분


민주당은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작년 말 당의 의견을 무시하고 한나라당 의원들과 합의한 노동관계법안을 환노위에서 통과시켜 결국 본회의 처리를 도왔다는 이유로 어제 그를 당 윤리위에 회부했다. 일각에서는 추 위원장을 출당(黜黨)하고 국회 윤리위에 회부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나온다. 민주당이 예산안과 법안 처리를 방해하며 연말 국회를 어수선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여당 물어뜯기를 덜했다고 자당 소속 상임위원장 때리기에 나서는 자중지란(自中之亂)까지 보인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어제 정당 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국민의 손을 잡고 국민의 뜻이 아닌 모든 것에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4대강 예산을 ‘대운하 예산’이라고 억지 주장하며 회의장까지 점거한 채 전체 예산안 심의와 국회통과를 가로막은 게 과연 국민의 뜻이었나. 소수 야당이 사사건건 자신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의회정치의 기본인 다수결 원칙을 깔아뭉개는 게 국민의 뜻은 아닐 것이다.

연말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의 지지도는 한나라당에 한참 뒤지고, 이전에 비해 나아지는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국민의 뜻에 따라 정치를 했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 리 없다. 노동관계법안만 하더라도 노사관계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사안들이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든 타협안을 이끌어내는 것이 책임 있는 야당의 자세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환노위를 통과한 법안마저 자신들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에서 깔고 앉아 정상적인 처리를 방해했다. 100만 명의 대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갈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가 새 학기부터 시행되지 못하게 된 것도 누구 때문인가.

민주당은 미디어법안 처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예산안과 노동관계법안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일부 파행을 문제 삼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와 관련된 일을 툭하면 헌재로 끌고 가는 것은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또한 파행의 원인 제공자는 바로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얻고자 한다면 당의 체질부터 바꿔 진짜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다수 국민이 민주당에 바라는 것은 정부·여당과 정책으로 경쟁하고, 대화와 타협을 거쳐 법안을 처리하며, 선거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심판 받는 선진정당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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