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윤종]‘고액과외 단속’ 총리 약속 이번엔 먹힐까

  • 동아닷컴
  • 입력 2009년 11월 21일 03시 00분


“정부는 매번 사교육비 대책을 마련해왔어요. 단지 효과가 없었던 거죠.”

20일 정운찬 국무총리까지 직접 나서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고액 탈·불법 학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학부모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정부가 무슨 조치를 내놓든 자녀 학원비로 허리가 휘는 현실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부모들이 ‘수강료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신고해도 당국에 적발돼 제재조치를 받는 학원은 별로 없는 실정이다. 동아일보가 ‘학원비 신고센터’의 학원비 초과징수 신고·처리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학원수강료가 기준보다 비싸다고 신고한 사례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14일까지 모두 3646건이나 됐다. 하지만 실제 수강료 초과 징수로 적발돼 행정조치를 받은 경우는 788건(21.6%)에 그쳤다. 5건을 신고하면 1건 정도가 적발되는 셈이다.

정부가 학원비를 줄이겠다고 시도한 수많은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제도 자체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현재 시행 중인 학원 수강료 상한선은 전국 학원비의 평균을 산출하고 지역별 격차를 고려해 대략적인 기준 가격을 뽑은 뒤 물가인상률을 반영한 것이다. 학원 수강료가 상한선을 넘을 경우 이를 신고하면 해당 학원을 실사한 뒤 행정조치를 가한다.

하지만 이 수강료에는 교재비, 첨삭지도비 같은 각종 비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A학원은 한달 수강료가 20만 원이라고 공개했지만 막상 아이를 보내면 학원비는 40만 원이 나왔다”며 “학부모는 초과징수로 신고하지만 실사에 들어가면 초과 금액은 교재비, 첨삭지도비, 모의고사비 등 기타비용이 포함된 경우라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이런 허점 때문에 학원들은 편법을 동원하기 일쑤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일부 학원들은 국영수 등 수강료에 온라인 수강료 교재비, 주말특강비, 시험 채점비 등을 포함하고 있다. 또 한 과목을 여러 개의 단과 수업인 것처럼 꾸미는 ‘과목 쪼개기’로 수강료를 높인다. 강남교육청 송기철 지도계장은 “일부 학원은 모의고사 등을 별도 법인에 외주로 맡겨 수강료 말고도 추가로 학원에 내는 비용을 학원 수익과는 별개로 계산한다”며 “하지만 외주업체는 학원과 연계된 사람이 운영하는 업체라 결국 학원이 돈을 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20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성행하는 논술대비 등 단기 불법 고액과외를 강력히 단속하라고 지시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부터 든다.

김윤종 사회부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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